새해 해맞이 명소

입력 1994-12-29 00:00:00

▧ 지리산 천왕봉반야봉 낙조등과 더불어 지리10경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천왕봉 일출의거대한 파노라마는 예로부터 3대의 공덕을 쌓지 않으면 볼수 없다는 그야말로 경이와 감탄의 일대장관이다.

새벽 어스름녘 일망무제로 펼쳐진 회색 구름바다위로 검붉은 기운이 서리는가 싶더니 천지가 개벽하듯 오색광채를 내뻗치며 불쑥 솟아오르는 새해 첫태양.

1915m 고지의 지리산 천왕봉 멧부리를 빼곡히 둘러싼 수백명의 등산객들은꼭두새벽부터 시작된 힘겨운 등반의 피로와 귀뺨을 때리는 모진 바람도 잊은채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황홀경에 빠져든다.

이보다 더 벅찬 가슴으로 한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천왕봉 일출은겨울 야간산행에다 적설등반까지 겸하는 등산의 진면목을 모두 즐길 수 있는반면 무턱대고 나설 일은 못된다.

어느산이나 겸허한 자세로 올라야 하겠지만 눈쌓인 지리산의 겨울 야간산행에는 기본장비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고 안전수칙 또한 잘 지켜야 한다.그래서 천왕봉 일출산행은 가급적 믿을수 있는 리더가 여럿이 있는 전문 산악회의 가이드에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산행시 꼭 갖춰야 할 장비로는 방한복.방한모및 방수가 되는 등산화.등산용장갑을 비롯 아이젠.헤드렌턴.스페츠(각반)등. 등반시 야간산행이 계속되므로 헤드렌턴의 배터리를 여분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고 손전등을 가져와서는못쓴다.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두터운 파커를 여벌로 준비하고 모양말도1켤레쯤 더 준비하면 하산길이 덜 춥다.

산행코스는 대구에서 31일 밤 9~10시에 출발해서 새해 첫날인 1일 새벽 1시경에 중산리에 도착, 칼바위~법계사를 거치거나 청소년수련장~법계사를 통해천왕봉에 이른다. 등반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5~6시간 정도.밤의 정적속에 태고의 신비가 뒤덮힌 순백의 설산을 오르며 아흔아홉골 대지리의 헌걸찬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체험을 해본 사람만이 아는 낭만이다.이번으로 3년째 천왕봉 일출등반을 하게된다는 김재근씨(36·회사원·대구시중구대명동)는 "흰눈에 덮혀 막막하기만 한 지리산 최고봉을 딛고서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때의 감격은 말로 형언할수 없는 것"이라고 털어 놓는다.대구시내에는 설악.알프스산악회등이 수년째 천왕봉 일출산행 가이드를 해오고 있으며 등산동호인들로 모인 나눔산악회가 95년 첫 상품으로 천왕봉 일출가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회비는 2만5천~3만원정도.

▧ 토함산

거침없는 천왕봉 일출의 위용에 비해 토함산 해돋이는 저멀리 동해의 수평선위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석굴암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져 색다른비경을 자아낸다.

산기슭과 등성이에 불국사와 석굴암이 자리하듯 토함산은 천년고도 경주의최고봉이요 호국의 영산으로 추앙을 받아와 이곳 해맞이 또한 한결 종교적이다.

시시때때로 조화를 부리며 안개와 구름을 헤치고 솟아오르는 토함산의 새해아침해는 차라리 신비롭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중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근래들어서는 토함산 해돋이와 더불어 마음을 가다듬으려는 인파로 산마루터기마다 대혼잡을 이룬다.

토함산 해맞이는 평상시 같으면 대구서도 1시간30분이면 족한 거리여서 당일자가운전으로 가족들과 오붓하게 떠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른새벽부터 토함산과 동해일출을 보려는 차량들로 대구~경주간 고속도로와 국도가 체증을 빚기 일쑤여서 웬만큼 서두르지 않으면 해맞이를 놓치기 십상이다.

일출을 보고 산을 내려오면 불국사와 보문단지등 경주의 고적지를 둘러보고온천욕까지 느긋하게 즐기고도 일찌감치 돌아올수가 있어 당일코스로는 제격이다.

경주에서 1박할 작정으로 31일 저녁 미리 출발하는 사람도 호텔등 고급 숙박시설은 이미 예약이 끝났음을 감안해야 한다.

또 1일 새벽은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차량이 통제될 수가 있으므로 불국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왕복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기왕에 보다 뜻있는 신년 해맞이로 한해를 시작하려면 차를 타고 올라가는것보다는 산책로를 따라 토함산을 걸어 오르는 적극성을 발휘해 봄직하다.물론 이때도 최소한의 겨울 야간산행장비는 갖춰야 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해 첫 새벽녘 3km 남짓한 토함산 등산로를 1시간가량 호젓히 걸으며 일행과 두런두런 덕담도 주고받는 산행의 멋과 여유를 안다.등산로는 불국사의 동쪽문 근처에서 시작되는데 등산객들이 생각보다 많다.정상을 딛고서면 새벽바람이 거칠어서 두툼한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동해 해맞이

"이윽고 날이 밝으며 붉은 기운이 동편 길게 뻗쳤으니, 진홍대단 여러필을물위에 펼친듯 만경창파 일시에 붉어 하늘에 자욱하고 노하는 물결소리 더욱장하며 홍전같은 물빛이 황홀하여 수색이 조요하니 차마 끔찍하더라..."예나 지금이나 동해 일출을 보는 감흥은 다를바가 없다. 조선 순조때 여류문인인 연안김씨가 함흥 귀경대에서 본 해돋이 광경을 그린 '동명일기'의 감회가 동틀녘 해풍에 더욱 새롭다.

망망대해, 여명이 꿈틀대는 새해 첫새벽 바다는 그저 바라보는것 만으로도설레인다.

수평선을 따라 길게 드리워졌던 검붉은 기운이 가라앉아 한곳으로 둥글게 뭉치는가 싶더니 불덩이 같은 태양이 어느새 불쑥 치밀어 오른다.일출시간은 7시25~35분사이. 구름 때문에 다소 차이가 있을수 있다. 동해 해맞이는 나선김에 주변의 유명온천에서 온천욕으로 피로를 씻을수 있고 싱싱한 겨울 해물도 맛볼수 있어 일석삼조의 관광코스다.

동해 일출을 보기위해서는 관광여행사의 안내에 따라 간편하게 다녀 올수도있고, 가족들과 오너로 조용하게 떠나는 것도 좋다.

대구시내 경북·보성·경일등 유명 관광여행사가 수년째 회원을 모집해 동해해맞이 관광을 실시해오고 있다.

10년째 동해 해맞이를 실시하는 경북관광의 경우 삼사해상공원 주변서 해돋이를 보고 백암온천에 들러 온천욕을 즐긴다음 불영계곡까지 경유, 직영휴게소서 점심을 먹고 돌아온다.

우태철 경북관광 영업부장(45)은 "수년전만해도 40대이상 장년층이 주류를이루던 동해 해맞이 관광에 이제는 20~30대의 젊은층과 계모임 중심의 여성참가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보성관광도 5대 가량의 관광버스를 준비, 삼사해상공원~백암온천을 거치는해맞이 관광을 3년째 실시중이며, 경일은 화진해수욕장에서, 무궁화. 문화관광등은 감포앞 바다에서 해맞이를 한다.

출발시간은 거의가 새벽 4시전후이며, 참가회비는 경유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데 대략 1만4천~1만7천원 사이다.

31일 오후 느긋하게 나서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때도 해맞이객이 많이 몰리는 감포·구룡포. 삼사해상공원등지의웬만한 숙박시설은 예약이 끝난 상태임을 알아둬야 한다.

그대신 감포~포항~영덕~울진간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촌 곳곳에서 민박을 쉽게 구할수 있다.

<글 조향래 기자 사진 박노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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