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연극 프로의식부재 관객무관심 여전

입력 1994-12-26 08:00:00

올해 향토연극계는 연극인들의 의욕과 분발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씻지 못했다. 관객들은 여전히 지역연극에 무관심했으며,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대형뮤지컬등 상업성이 짙은 서울 연극에만 몰렸다.새로운 집행부의 출범으로 기대를 모았던 연극협회 대구지부는 연극인간의화합이나 시립극단 결성 추진등 당면과제보다는 연례행사 치르기에 급급,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초청공연과 연극제 참가작을 포함해 올해 지역에서 선보인 연극은 대략 70여편. 예년에 비해 양적으로 상당히 증가한데다 앙코르공연까지 감안하면연중 공연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극단 '예전' '산대' '객석과 무대' '처용' '이송희 레퍼터리' '가인'등이 올한해 두드러진 공연활동을 보였고 '우리 무대' '넝쿨' '원각사' 'HMC' '연인무대' '여명' '함께 사는 세상' '집시'등도 꾸준히 활동했다.'홍도야 울지마라' '카사블랑카여 다시한번' '그여자 사람잡네'등 극단간 합동공연이 자주 나타난 것이 94년 지역연극계의 두드러진 특징. 극단의 소형화로 합동공연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지만 단순한 객원배우제가 아니라 기획부터 극단들이 힘을 모아 공연의 질적 향상을 꾀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소극장 개관붐이 이어져 올해도 소극장 예전과 대백 동성로 소극장이문을 열면서 공연공간의 확대에 일조했고 특히 소극장 예전은 극단 예전과함께 왕성한 활동과 다양한 시도로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반면 최근 몇년간 급격히 늘고 있는 서울 작품의 초청공연과 극단 활동의 전반적인 침체, 프로의식의 부재, 관객들의 무관심은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명도 있는 공연이나 배우를 지역에서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수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서울의 대형 뮤지컬의 경우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볼거리 위주의 공연으로 지역 연극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지역극단의 프로의식 부재도 그에 못지않아 일부를 제외한 많은 극단들이 휴면상태거나 형식적인 공연으로 명맥을 유지하면서 연극 이외의 일에 치중하기도 해 연극을 아끼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기만의 방' '위기의 여자'등 페미니즘연극의 활발한 공연과 '북회귀선' '다카포' '마지막 시도'등 외설시비를 일으킨연극의 벗기기 경쟁도 눈길을 끈다.

작품성이 아닌 단순한 배우의 신체노출로 관객을 끌고보자는 안이한 연극인의 자세탈피는 연극협회를 중심으로 연극인들의 단합을 통해 지역연극계의숙원사업을 추진하는 일과 함께 95년에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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