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장편소설'출간 러시

입력 1994-12-26 00:00:00

세밑 출판가에 이문열 한수산 복거일씨등 중견 작가들을 비롯, 새롭게 부상되고 있는 이남희, 김태황, 권태하씨 등의 장편소설 출간이 러시를 이루고있다.이문열씨는 장편대하소설 '변경'의 제 2부 '시드는 대지' 3편(문학과 지성사펴냄)을 냈다. '시드는 대지'편은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제 3공화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근대화를 위한, 궁핍에서 벗어나려는 극한적 몸부림을 그리고있다. 명훈 일가의 산업화돼가는 도회의 뒷골목에서의 소외된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의 현대사, 우리 시대 우리 자신의 삶과 역사와 현실을 총체적으로보여주고 있다. 자전적 가족사임에도 이 작품은 시대와 사회가 개인과 내면의 세계에 깊숙하고도 보편적인 양상으로 얼크러진 작품으로 주목되고 있다.한수산씨의 신작 장편소설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다'(삼진기획 )는 혜련이란 소설의 여주인공을 통해 한국여자, 특히 미혼의 젊은 여성들에게 성이란무엇인가, 순결이란 무엇인가, 결혼에 있어 순결의 무게와 깊이는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씨는 작가 특유의 문체로 여성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복거일씨의 장편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문학과 지성사 펴냄)은 우리의 전통 문화와 서양문화가 생활의 장에서 부딪힐 수 밖에 없었던 미군 기지촌 주변에서의 삶의 이야기를 맑고 투명한 문체로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지나간 역사를 다룬 여느 소설들과는 달리 자라나는 소년의 구김살없는 눈을 통해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나감으로써 이념적이거나 역사적 당위성에 함몰되지 않고 한 시대를 생생하게 되살려 내고 있다.이남희씨의 '음모와 사랑'(삼진기획 펴냄) 은 남성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낭만적 사랑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낭만적 사랑이야말로 현실의모순을 가린 채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유린하기 위해 주입된 환상이 아닌가하는 문제를 줄곧 제기하고 있다 . 작가는 매춘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를 존속시키는 토대라고 생각하는등 기존 관념과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김태황씨의 '그림같은 시절'(창작과 비평사 펴냄)은 서부 경남 지역 산골 마을인 안골을 주무대로 국교 5년생인 대가집 장손 이세진의 시선으로 1970년무렵의 우리 생활사를 재현하면서 문학작품 속에서 거의 다뤄진 적이 없는원폭 피해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성장소설이면서 풍속소설이고 사회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추억처럼 아름다운 그림들이 펼쳐지는 에피소드들로 가득차 있기도 하다.

권태하씨의 '그들은 나를 칼리만탄의 왕이라 부른다'(중앙일보사 펴냄)는 기업인 최계월씨를 모델로 한 실명소설. 일찍부터 지구촌을 무대로 한국의 경제개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한국남양개발 회장 최씨의 풍운아적 삶을 그리고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