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조용한 이브를

입력 1994-12-24 08:00:00

크리스마스 이브. 기독교인들에게는 가장 기쁘고 성스러운 날을 하루 앞두고경건하고 조용하게 보내는 날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만인의 축제가 되고만 지금 크리스마스 이브는 소란하고 향락적인 축제의 날로 변하고 말았다.크리스마스 장식은 교회나 가정보다 거리의 상가나 백화점이 더 요란하고,캐럴은 식당과 주점등 환락가의 전유물이 돼버렸다. 이브의 밤거리는 젊은이들과 차량의 행렬로 밤새도록 술렁인다. 그러다 보니 사건사고도 늘어난다.교통사고의 경우만도 평일의 두세배는 된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보니 43명으로 평일 28명의 150%가 넘는다. 대부분이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한다. 축복받아야 할 날이 고통의 날로 되고 만다. 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는 멀리 떨어졌던 가족이 만나서 조용히 즐기는날이다. 얼마나 조용히 보내는지는 최근 해외토픽을 보면 짐작이 간다. 지난21일 뉴욕주 시라큐스시의 한 동네주민들은 교회당에서 밤새도록 고요한 밤거룩한 밤 캐럴을 틀어대서 집단항의를 했다고 한다. 목사가 백배사죄했다는얘기다. 성가도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조용히 보낸다. 그런데 우리네는 너무 소란하고 혼란스럽게 보낸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체념해 버리기도 하고아니면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기도 한다. 그러나 축제의 뒤끝은 허전하다. 막상 성탄일 당일 아침이 되면, 사위가 적막에 싸이고 스산한 느낌마저 든다.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사랑을 나누고 평화롭게 조용히 지내고 난 아침은 얼마나 아름다운 아침이겠는가? 교회종소리도 시끄럽다고 사라진 요즈음이다. 오늘밤 모두 가정에서 조용히 뜻있게 보내고 성스러운 성탄일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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