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리포트-도서대여점의 허와실

입력 1994-12-22 08:00:00

도서대여점이 큰 인기를 끌면서 아파트촌, 주택가, 학교앞 등지에 속속 생겨나 독서대중화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3천원의 회비로 회원이 되면 소설 7백원, 동화 5백원, 만화3백원, 월간지1천원등 비교적 싼 가격에 빌려볼 수 있어 특히 주부나 학생층의 호응을 얻고있다. 장서의 가치가 별로 없는 베스트셀러류나 잡지, 소설 따위를 부담없는가격으로 빌려볼 수 있다는 이점외에 학생층의 경우 학교나 집에서 보는 위인, 역사, 과학위주의 전집류에서 벗어나 다양한 단행본을 접할 수 있어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도서대여점 운영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나 지도관할하는 곳이 없어 경영자의 자질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자칫 상업성에만치우칠 경우 저질도서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할 장치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확산시킬 가능성이 없지않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동네마다 2~3개씩 생겨 어느틈엔가 동네도서실로 자리잡고 있는 도서대여점 대부분은 만화류가 1/3정도나 되고 동화, 소설등 가벼운 읽을거리로만 채워져 있으며 학생들이 즐겨 빌리는 책은 탐정물, 귀신물, 만화류이다."같은 만화라도 만화방에서 빌리면 엄마에게 혼나도 대여점에서 빌리면 괜찮기 때문에 돈이 좀 비싸도 대여점을 이용한다"는 것이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말이고 보면 부모들이 도서대여점의 상업성은 미처 생각지 못하고 과신하는건 아닌지 우려된다.

이에대해 칠곡에서 도서대여점 '글과 그림'을 운영하는 김상진씨(65)는 "학생들을 위해 '권장도서목록'을 써놓아도 빌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터놓았다.

도서대여점 두곳을 번갈아 이용한다는 김신연씨(29·대구시 중구 삼덕1가)는"사서 보는 것보다 값이 싸서 애용하긴 하지만 몇달 지나지 않아 읽을 책이없다"며 계속적인 투자로 다양한 도서를 갖춰줄 것을 바랐다. 이미 수적으로포화상태에 이른 도서대여점이 독서대중화란 취지에 맞게 정착되려면 도서에대한 전문정보없이 소비자의 구미에만 맞추는 상업성을 탈피, 양서 커리큘럼에 의한 도서구비 등 질적 향상 노력이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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