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막판에 특이하게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 관련상임위를 통과한 주세법 개정안이 위헌시비 등에 휘말리며 의사당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국회재무위는 지난 13일 정부가 제출한 주세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수정,의결한뒤 법사위로 넘겼다.희석식 소주의 1개 제조업체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33%로 제한하고 2개 제조업체의 시장점유율 합계도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같은 개정안의 내용은 기존 소주업계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규정인 것만은 분명하다.
국내소주시장의 점유율이 49%에 육박하는 진로소주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것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당연한 대응이라고 이해할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14일 청와대가 주세법개정안에 일부 문제조항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재무위의 재심의나 본회의 의결보류를 추진하겠다고 이의를제기하고 재무부도 재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반발하면서부터 비롯됐다.청와대측이 이례적으로 여야합의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 재심의 방침을 밝히고 나서자 민자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에 빠져들게 됐다.
민자당 이상득정책조정실장은 즉각 심정구재무위원장과 세법심사소위위원장을 맡은 정필근의원등과 개별접촉을 갖고 재심의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이미법안은 법사위로 회부됐기 때문에 버스가 지나간뒤 손흔드는 격이 되고 말았다.
사안이 더욱 꼬이게 된 것은 단순히 법사위로 넘어갔다는 국회법과 절차상의문제보다는 합의로 처리한 재무위소속 여야의원들이 [개정안이 합당한 내용을 담고 있어 재심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주세법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자 법사위는 14일에 이어 15일에도 법안심의를 유보하고 청와대와 민자당, 그리고 재무위 소속 동료의원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재무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일부에서 로비의혹설까지 제기되자 [청와대에서헌법기관인 의원들이 만든 법조항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있는 것이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법사위 소속 여당의원들은 미묘한 상황을 감안한듯 위헌여부등에 관해서는함구로 일관하고 있으나 장기욱 정기호의원등 일부 야당의원들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주세법 개정파문은 법사위원들간에 법리논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또한 위헌소지가 있다고 법사위가 판단을 내릴 경우 취할 수 있는 권능에관해서도 여야의원간에 의견이 분분해 법사위 처리문제도 또다른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특정법안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판단돼해당상임위로 되돌려보낸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주세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양론이 모두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와 타당성이 있다는 점이다.
[업체에 대해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쟁원칙은 물론 행정규제완화라는 큰 흐름에도 맞지 않다]는게 정부와 진로측의 주장이다.이에 반해 재무위원들은 [소주는 국제경쟁력과 무관한 상품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지역의 영세소주업체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규제완화의 근본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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