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국정감사

입력 1994-12-13 08:00:00

작달막한 키에 외형상 다부지게 보이는 박의원은 주변 의원들에게 양해라도구하듯 한번 둘러보고는 미리 준비한 자료인듯, 열십(십)자로 접었던 종이를펴 놓으며, 쓰고있는 안경위에 알만 붙은 안경을 하나 더 보태 얹었다. "저어, 지사한테 묻겠는데 도내에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이 몇이나 되죠?"평소 신문을 통해 알고 있는 박상용의원의 이미지와는 딴판으로 첫 말투부터가 점잖고 근엄했다. 너무 점잖아도 괜히 불안한게 수감자들의 직감이었다.윤지사가 조금 머뭇거리다가 어눌하게 말했다. "셋으로 알고 있습니다""셋이면 셋이지, 셋으로 알고 있는 건 또 뭐죠?"맞은쪽 여당석 의원이 쿡쿡 웃었다.

"외인촌(외인촌)과 영내(영내)에 있는 나인홀짜리가 두개 더 있습니다만"그만 됐습니다.그럼 기존 골프장은 두고 현재 시공중이거나 인가한 골프장은몇이나 됩니까? 참고로 지난달까지 전국적으로 1백61개라는 걸 말씀드립니다여전히 박위원의 말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장소가 감사장이 아니었더라면 친구간의 조용한 조언(조언)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그러나 수감자들은 하나같이 그런 말투를 도리어 못마땅해 하고 있다. "모두 일곱입니다윤지사는 쉽게 대답했다. 이미 지금까지 공부한 예상문제집에 나와있는 것이고, 또 가장 출제율이 높은 대목으로 알고 대비를 해 왔기 때문이다. "하나만드는데 보통 어느정도 면적이 소요됩니까?"

그건 누가 듣더라고 모르고 묻는게 아니라, 알면서 묻는 것이 분명했다."입지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습니다만 보통 18홀을 기준으로 해서 평수로 20만평쯤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골프장을 선정할 때, 그 지방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봅니까, 아니면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립니까?""……"

"됐습니다. 대답하기가 어려우시면 안해도 괜찮습니다"

"주민들의 여론을 일백프로 반영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전혀 외면하거나 무관하게 만들지만은 않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본위원이 세가지를 묻겠습니다 "그리고는 질문에 대한 대비라도 하라는 듯이 잠시 사방을 한번 훑어보아 여유를 준 다음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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