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까지 20여분간 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의원은 먼눈을 팔거나딴청을 부리고 있었고, 심지어는 하품까지 꺼가며 시답잖게 듣는 사람도 있어 누가 보더라도 모양새가 좋지애았는데, 곽위원장이 그 사실을 눈치챈 모양이다. 어쩌다가 아름답지 못한 포즈가 기자들의 눈에 찍혀 스냅으로 기사화된다면, 결코 그것도 위원의 자질로서는 반가운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그게 좋겠구먼"여당쪽에서 그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이가 운을 뗐다.
"그렇게 합시다. 늦게 시작한 우리쪽 잘못도 있구허니까"
"그렇게 하죠"
주로 야당쪽 자리에다 의중의 초점을 맞추고 있던 곽위원장은, 그쪽에서 한사람이 엉거주춤 동조를 하자 곧 그만,
"그럼, 업무보고는 잠정적으로 뒤로 돌리고 위원님들의 질의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가 된 위원님들부터 해주시죠"
갑자기 연설대 쪽 자리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옆자리에 준비해두었던 각종 자료들을 들기도 하고, 펴보기도 하며 부지런히 의견을 나누기도 했는데, 그 표정들이 하나같이 진지하고 긴장되어있었다.
"그럼 본 의원이 첫번째로 질의를 하나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문을 뗀 사람은 바른쪽 끄트머리에 앉은, 윤지사가 지키고 있는 연설대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는 조필수위원이었다. 야성이 강한 사람으로알려진 사람이다. 아직 초선의원이지만 3번의 낙선 경험을 가진 바 있기 때문에, 지명도만은 국회의원 경력에 비해 높은 편에 든 사람이다.쇳소리가 섞인 깐깐한 말투였다.
"질문에 앞서 먼저 지난 8월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지사에게 좀 늦은 감이있습니다만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금년 1월 20일자 ㄷ일보사회면, 23면이되겠습니다, 바로 이 신문입니다. 여기에 보면 '도지사가 사용 달력 조제 배부'라는 5단 기사의 제목아래 윤지사가 내년도 지방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의도 밑에서 사전 포석의 하나로, 지사의 상반신 사진이 담긴 달력 12만부를 조제, 배부해 1억8천만원의 국가예산을 낭비, 도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공금을 개인영달을 위해 사사로이 쓴 공금횡령은 아닌지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사방이 조용했다. 조필수란 이름 석자의 이미지와 걸맞는 질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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