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9단 맞아 접전끝에 "금자탑"

입력 1994-12-06 00:00:00

지난해 5월 제2회 {응시배}에서 우승함으로써 만년 2인자의 한을 씻었던 서봉수9단이 그 이후 1년 넘게 침묵하고 있다가 한국 최초의 생애 통산 1천승의대기록 달성으로 다시금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서9단은 1월29일 홍익동 한국기원 새회관에서 벌어진 제29기 왕위전 본선리그에서 장수영 9단을 맞아 백을 들고 시종 불꽃튀기는 난타전을 전개한 끝에 장9단의 대마를 포획하면서불계승, 70년 프로에 데뷔한 후 25년만에 또하나 불멸의 금자탑을 쌓는데 성공했다.서9단의 12월5일 현재 전적은 1천1승5백28패3무. 프로 입단후 매년 평균 40승을 올려온 셈이며 통산 승률은 65%. 간단히 말해서 세판을 두어 2승1패씩을기록했다는 계산인데 이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3할 타율은 되는 것이며 더구나 25년간 꾸준히 타율 3할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동안 타이틀전에는 85회 출장해서 우승 25회, 준우승60회.

서9단의 1천승기록은 세계적으로는 세번째. 서9단에 앞서 일본 사카다(판전영남)9단과 림해봉9단이 1천승을 돌파했고 두 사람은 현재 각각 1천1백11승과1천7승을 기록하고 있다.

서9단은 평소 기록 같은 것에 그다지 연연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프로의명예는 기록보다는 {큰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라는, 철저한 현실주의의 노선을 걷고 있는 까닭이다. 서9단의 승부근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인데, 그 근성의 실체는 작은 승부에서 열번을 지더라도 큰 승부에서 한번을 이기는 것이낫다고 생각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9단의 탁월한 천부적 승부근성은 이제 세계의 바둑팬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서9단은 또 승부를 떠난일체의 일상사에는 아주 마음을 비워놓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사람이다.관심이 없다. 무심이다. 승부가 아닌 {기록}은 서9단에게는 일상사일 따름이다.

서9단이 평소 기록 {따위}에 무관심한 것은 애시당초 기록과의 싸움 같은 것은 내몫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덕분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번 1천승을 앞두고는 서9단도 굉장히 긴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9단이 1천승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을 때가 9백96승째를 올렸던 지난 9월13일이었는데 불과 4승을 남겨둔 상황에서 서9단은 70여일 동안 3승15패라는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15패 가운데에는 9백99승을 올린 이후 나머지 1승을 채우기까지의 4연패가 포함되어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