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화 가속...부신뿐인 정책

입력 1994-12-06 00:00:00

농민과 농산물 유통관계자들에게 있어 올 한해는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만깊게 쌓인 한해였다.농수축산물의 수입개방이 올해에도 가속화, 전환기적인 대응책이 요구되었으나 정부는 실현가능성이 없고 현실을 무시한 정책만 내놓아 관계자들의 반발로 취소하는등 뒤뚱거렸기 때문이다.

정부 체면에 먹칠을 한 사건은 이른바 {농안법 파동}과 농수축협법 개정을통한 농수축협통합의 실패가 대표된다.

정부는 올초 농산물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약칭 농안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농산물유통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공영도매시장 중매인의 도매 행위를 금지시키려 했다. 그러자 중매인들은 즉각 농산물 중개업무를 거부, 농산물 유통에일대혼란이 빚어져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강행천명 하루만의 취소였다.

개혁과 사정의 칼날이 서슬퍼렇던 시기라 뺀 칼을 다시 집어넣는 것은 정부에게도 뼈아픈 일이었지만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 어쩔 수없었다.중매인이란 과거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농산물 산지수집부터 도소매까지담당, {큰 상인} 또는 {오대}로 불리던 이들을 공영도매시장으로 흡수하면서붙여준 이름으로 도매행위는 이들의 주요 수입원. 따라서 도매행위 금지는이들에게 청천의 벽력이요, 현 농산물 유통흐름으로 볼때 불가능한 요구였다.개혁을 밀어붙이는 문민정부에 타격을 준 또하나의 사건은 농수축협법 개정. 협동조합의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 농수축협을 통합한다는 취지에서 단행된 법개정은 적자를 면치못하는 경제사업의 위축만 불러 농민들의 반발에부딪혔다.

결국 부칙에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기획단을 설치 운영한다는 조항이 담긴 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상정, 정부의 체면을 유지하는 선에 그쳤다. 손대지 않은 것만 못하게된 것이다.

농수축협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개혁을 부르짖었으나 아무것도 개혁하지 못한 문민농정] [대안없는 농정이 부른 허송세월]이라고 통박하고 있다. 시장개방 상황에의 대응책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두가지 {개혁} 정책이 긁어 부스럼만 남긴채 도중하차하자 농민들은 씁쓰레함을 넘어 농정에 노골적인 불신을드러내기도 했다.

정부가 뒤뚱거리고 공영도매시장과 농수축협이 우왕좌왕한 결과 농민에게 돌아온 것은 추곡수매가 동결과 수매량 감축.

시장개방에 대응하는 특효약은 또 내년에 찾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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