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한 위원들은 위원장을 포함해서 10명이었다.OO분과위원회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은 모두 25명으로 제 1반에는 위원장을 반장으로 13명이고, 제 2반은 간사를 반장으로 해서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제 2반은 중앙부처에서 감사중에 있고 제 1반이 여기에 온 것이다.사전 통보받기는 제 1반 13명 전원이 다 참석한다고 되어있다. 불참한 3명의자리는 하얀 모조지를 삼각형으로 접어 만든 이름표가 대신해서 지키고 있었다.
그들이 왜 참석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락 온 바도 없었고, 누가 감히 알려고 하는 이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모두 여당의원들이라는 것만 드러났을 뿐이다.
이미 자리를 잡은 위원들은 보좌관들이 미리 갖다놓은 보자기를 풀어 자료를꺼내놓고, 여기저기 들춰보며 접기도 하고 메모도 하며 사전 대비를 했다.책상 위에는 위원마다 똑같이 방금 풀어 헤쳐놓은 자료 보자기와 마이크 하나가 모두였다. 물컵이나 담배, 재털이가 없는 것이 이상했다.국정감사와 보따리. 그것은 30년 전이나 오늘이나 하나 변한게 없다. 문명따라 진보했다면 지금쯤 보자기 대신에 007 백이 사용되어져야 타당할 것이다.그런데 아직도 여전히 보자기다. 참으로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젖은 물건도 마른 물건도, 가루도 덩어리도, 모난 물건도 둥근 물건도 무엇이든지 쉽게 쌀 수 있는 보자기. 가방에 비하면 비록 보기엔 촌스러울지 모르나 탄력적인 여유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참으로 돋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당리당략에 정신이 팔린 의원들에게 보자기의 포용력과 너그러움이 있다면참으로 바람직한 일이겠거니 생각해본다.
좌석이 정리된 듯 하자 위원장이 벌떡 일어났다.
부릅뜬 눈으로 사방을 한번 주욱 훑어본 위원장은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만마이크를 앞으로 당겼다.
위원장 자리의 마이크 시설만은 앉아서도, 서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작반경이 큰 것이었는데 그것도 감사장에는 재떨이며 물컵따위를 들여놓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사전에 하달된 사항이었다.
위원장은 그 자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듬직한 몸집이었다. 분위기 탓도 전혀없는 건 아니겠지만 표정도, 자세도 당당해 보였다.
이윽고 첫 말문을 열었다.
"감사에 앞서 먼저 사과의 말씀부터 하나 드려야겠는데, Y도청 감사는 원래14시 정각부터 실시하려고 했습니다만 전 감사장에서 지연되는 바람에 한시간 가량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점 관계자 여러분들의 깊은 이해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내용은 사과였지만 목소리의 톤은 그냥 고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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