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지표가 담긴 액자와 조금 떨어져서, 그러나 거의같은 높이에 걸린 디지털 시계는 빨간 눈알로 오후 2시 20분을 써 놓았다.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거의 매 분 숫자가 바뀔 때마다 시계쪽에다 눈길을지곤 하던 진계장이, 이번엔 창을 열고 허리춤에까지 창틀에 걸치고 바깥을내다보았다.
삼층에서 내려다 본 도청정문쪽은 한 시간 전이나 달라진 데가 하나없다. 여전히 청사 마당은 조용했고, 여전히 정문 밖에서는 무전기까지 휴대한 정복차림의 교통순경들이 호루라기를 팩팩 불어가며 4차선 도로에서 꺾여들어오는 길목을 지키며 정리를 하고 있었다. 정문 건너쪽으로 네거리 모퉁이에,청사에서 보면 바로 보이게 처진 현수막 하나가 까불거리며 그네질을 하고있었다.
'한가위를 정다운 이웃과 함께'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지역구 관리의 한방편으로 추석 전에 내걸어 놓은 것인데, 추석 지난 지가 1주일이 지나도록그냥 걸려 있었다.
어느 구석을 보더라도 아직은 감사반이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일정표에 나타난 계획대로 움직인다면 오후 2시 정각엔 도청 감사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감예정시간에서 20분이 더 지났는데도 아직 꿩 구워먹은 소식이다. 앞으로 얼마가 더 소요될지는 아무도 모른다.전 감사지인 농협지도부에서 12시에 끝나기로 된 계획이 30분 늦게 끝난 것까지는 이미 연락을 받아 알고 있다. 그러나 중식시간이 2시간으로 잡혀있어, 그 시간만 탄력적으로 이용하면 14시 정각에는 예정대로 도청의 감사가시작될 수 있어, 새로 시간조정 같은 것은 필요없거니 생각했고, 그래서 첨엔 점심시간이 너무 길게 잡혀있어, 별난 점심을 하는 갑다고 여겼던 처음생각도 경험자들의 선견지명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이렇게 지연되자 그만 머리가 뒤숭숭했다.
아직 감사반도 나타나지 않고, 그들을 안내하기 위해 갔던 직원들한테서 연락도 없다.
진계장은 몸을 빼내고 창을 닫았다.
또 한번 감사장을 주욱 훑어 보았다. 그건 이제 몸에 묻은 버릇이 돼 있었다.
감사장을 만들어 놓고 그렇게 둘러 보기를, 아마 못해도 20번은 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청사도면상에 180평으로 나와있는 4층 회의실은 국정 감사장으로 충분히 크지를 못했다. 옆에 휴게실만 따로 내지 않았어도 그런대로 어울릴 수 있는자리를, 휴게실은 꼭 같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때문에 거의 1/4을 칸막이로막아 떼내어 그것을 만들어 놓고나니 회의 장소가 형편없이 줄어들어 버렸다.
그러나 Y청 내에서는 이만한 넓이의 공간은 여기 밖에 없으니까 어쩔 도리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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