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잔칫날

입력 1994-11-28 08:00:00

28일 경찰에 구속된 대구 달서구 대천동 이종화씨 부부 피살사건 용의자 중한명인 윤성훈씨(25)는 이제야 마음의 짐을 벗었다는 표정이었다.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흉기를 들고 친구와 함께 이씨 집에 침입했다 소리를지르는 이씨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한뒤 2년7개월 동안 윤씨는 내내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지냈다고 말했다.특히 지존파, 온보현 사건등으로 매스컴이 떠들썩했을 때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정신적 고통을 겪던 윤씨는 술을 마신뒤 27일 새벽 제발로 경찰서로 찾아갔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비명에 간 이씨부부의 막내 딸(23)이 백년가약을 맺은 날이다. 그녀는 무고하게 숨진 부모의 모습을 처음 발견한 목격자이기도 하다.부모없는 결혼이라서 폐백도 못올렸기 때문에 어느날 보다도 비명에 간 부모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날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녀는 부모를 숨지게 한 범인이 잡혔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채이날 오후 제주도행 신혼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신부가 동요를 일으켜 예식을 그르칠까 우려해 현장검증까지 마쳤으면서도 경찰과 동네하객들이 전혀내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혼식을 마치고 이웃들은 경찰서로 몰려갔다. 누군가 한마디 했다."부모의 영혼이 딸의 결혼을 축복하기 위해 저승에서 도와준기라"범인 윤씨는 고개를 떨구었다. "저 때문에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죄값을 치른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 삶을살고 싶습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