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기철 땅위의…하일지 시계들의…화제

입력 1994-11-18 00:00:00

시인과 작가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기철씨(영남대 교수)와 하일지씨가 동시에 자신들의 전문영역이 아닌 소설과 시에서 독특한 작품을 선보여화제가 되고 있다.지난해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기철씨의 자전소설 땅 위의 날들'(민음사 펴냄)은 에세이,시론, 소설로 불러도 될 특이한 형태를 취하고있다. 이씨가 노리고 있는 것은 한 편의 완벽한 소설이 아니라 시로서는 말할 수 없는 시와 연관된 시인 자신의 내면적 성장사를 자유로운 형식 속에서 드러내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이 좋아하던 여선생님의 정사장면을 우연히 마주친 후 영랑의시 '두견'이 갑자기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등 감수성 예민한 한 소년이 시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시적 체험을 시인 특유의 유장하고 현란한 문체로 이야기하고있다.

시인은 누나,처녀 음악선생,사촌형,육촌 매형,불당에서 함께 요양하던 처녀,모교 여선생, 자살을 시도한 친구등 시적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한편 소월,영랑, 지용, 미당, 김광균, 윤동주, 김수영, 김춘수등에 대한 독특한 시읽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지레 어렵다고 생각해온 시와 시인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을 얻는 또 다른 소득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경마장 가는 길'등 경마장을 내세운 일련의 소설들과 '그는 나에게 지타를아느냐고 물었다'등으로 잘 알려진 향토 출신 작가 하일지씨는 시집 '시계들의 푸른 명상'(민음사 펴냄)에서 시계,뱀등을 상징으로 내세운 독특한 시편들을선보이고 있다.

그의 시는 그의 소설들처럼 마술적인 언어의 힘에 의존하고 있어 난해한 암호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그러나 다분히 현대적인 사물들을 내세운 도발적인이미지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심상을 떠올려 주고 있다.그것은 논리적인 논쟁을 벌이기에는 너무나 깊고 어둡고 느낌으로 존재하는내면의 세계이다.

'아름다운 피스톨' 1연

그의 시는 기묘한 새로움으로 가득찬 이미지들을 그냥 인정하는 독법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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