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날짜가 눈앞에 다가왔다. 새벽에 집을 나가서 자정 넘어서야 귀가하는 고3 아들을 보면 늘 안쓰럽다. 언제나 부모된 마음은 남들에게 뒤쳐지는 듯해서 가슴졸이는 데,정작 당사자가 느긋함을 보일 때는 그런 자식이야속하기만 했다.어느 늦은 밤, 귀가길 차안에서 우리 부자는 이런 말을 나눈 적이 있다.[얘야, 작년 이맘때는 놀기만 좋아하던 너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라도열심히 하니 고맙구나. 우리 너무 늦었다 생각말고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자꾸나] '아빠, 다 제 할일인 걸요'
녀석은 늘 여유를 보이지만, 그런 아들앞에서 조급함을 감추려니 쉬운 일이아니었다. 오늘 낮엔 오랜만에 장모님 병상을 찾았다. 앙상한 겨울나무의 모습으로 사위를 반기는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히고 간밤에는 시험날짜를 눈앞에 둔 외손자 걱정으로 잠못이루며 기도했다면서 간절히 보고싶어 하셨다. 그러나 짬조차 낼 수 없는 아들의 사정이 안타까울 뿐이었다.지금 이 시간에도 새벽별을 보며 집을 나선 이땅의 수많은 수험생들은 책장을열심히 훑어볼 것이고 부모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슴졸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녀를 기다리자. 늦은 밤, 파김치가 되어 돌아올 자녀들앞에서 조급함을 감추고 느긋함을 보일때, 그들은 보다 푸근한 마음으로 숙면을 취할 것이다. 잠자리에 드는 자녀에게 다가가 '얘야, 많이 힘들지.
우리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말자'는 말로 잔뜩 조였던 마음을 풀게하여 새날엔 또 열심히 마무리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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