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아태3국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15일 보고르 아세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제2차 지도자회의 참가 부분이었다.김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시애틀에서 첫 정상회의가 열린 APEC창설을 주도한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역나 무역자유화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발제연설자의한 사람이었다.
그는 또 이날 발제연설을 통해 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무역자유화 년한을 선진-개도국으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설정하는 중재안을 제안해 {선진국2010년-후진국 2020}년의 목표연도 설정을 유도했다.
회의가 끝난 직후에 발표된 {보고르 선언}의 골자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보고르선언은 이밖에 역나경제개발을 위한 협력사업으로 통신.정보산업 장관회의 개최, 인적자원 및 자연자원 개발, 인프라 개발, 분쟁조정 서비스 실시등을 논의했다.
APEC이 구속력 있는 국제기구가 아닌만큼 보고르선언도 물론 비구속적인 정치적 선언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국제무역기구(WTO)와 같이 회의결과에 따라 각국이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채택된 선언 내용은 앞으로 진전될 아태지역내 무역-투자 자유화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라는 데 의의가 있으며, 두국가간의 쌍무적인 무역분쟁이나 민간기업간의 분쟁조정 등에서 이 투자원칙이 제도적 준거가 될수도 있다.
특히 이 선언 가운데 5번째 조항에서 {일방적인 무역투자 자유화}를 규정한부분과 {현상태 동결조치}(standstill)에 합의한 부분 등은 새로운 보호무역장벽이나 투자제한 조치의 신설을 금지, 자유화의 목표연도 설정과 함께 이지역 무역-투자 자유화에 커다란 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김대통령은 보고르 회의에서 이밖에 아태지역내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과 관련 통신-정보산업 장관회의의 개최를 제안, 내년 한국개최를 이끌어 내기도했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시애틀회의에 이어 보고르 회의에서 APEC의 무역-투자자유화 논의와 경제협력사업에 관한 현실적 제안을 통해 합의안 도출작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외교적 지도력을 발휘했다. 그 배경에는 *아태지역이 세계경제활동의 50%이상을 차지하고, 교역의 44%, 인구의 38%를 차지하는 등 국제경제에서 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 앞으로 우리경제가 활로를 찾을방향이 이곳 뿐이라는 인식 *미국등 선진국 시장에서 받는 차별대우와 견제를피해 중국등 아시아개도국 시장을 개방시켜야 한다는 절박감 *선진국의 일방적인 통상압력에 지역차원에서 대응하는 협의체의 필요성 *NAEU등 세계경제의블록화 현상에 대처한다는 전략적 구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APEC지도자회의는 북방외교로 안보문제에 획기적 진전을거둔 우리 나라가 인접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제2의 경제도약을 다지는남방외교의 출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보고르선언은 자율규범이라는 한계가 지니는 원칙적이고 추상적인표현이 곳곳에 잠복해 있고 이의 구체화 작업은 향후의 경제발전과 상황에 따라 보완하도록 돼 있어 선언의 내용이 반드시 우리나라에 유리하게만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무역.투자자유화의 시기문제도 선진국과 개도국의 목표연도가 각각 다르게 설정돼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어느 국가가 선진국인지,혹은 개도국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없어 OECD가입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게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미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관행처럼 OECD 회원국을 선진국으로 분류, 우리나라가 2010년 무역.투자 자유화국가로 지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16일 발표된 보고르선언의 초안에서도 신흥공업국(NIES)의 개념에 포함되는 나라까지 목표연도 2010년의범위로 분류, 우리나라의 무역.투자개방을 가속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돼김대통령이 강력히 항의해 수정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어떤 기구에 가입하느냐 보다 (2010년까지)우리경제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느냐가 문제"라며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빨리 진입한다면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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