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좋다. 그래도 안죽고 살았구나][바쁠텐데 뭣하러 왔니]
영미언니가 방으로 들어서며 이죽거렸고, 언니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맞았다. 그 무렵 영미언니는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있었다.
[그래 좀 아파보니까 아픈 사람 심정 좀 이해가 되디? 난 네가 아프다는 소리를 드고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나 하고 마구 웃었다. 한참 동안은 믿기지도 않았구. 대한민국 여성중에 너만한 건강체질이 어디 잘 있니][난 뭐 기계니]
언니가 시뜻이 대구했다. 하긴 그렇다. 언니만큼 건강한 체질도 드물었다. 나도 건강한 편이지만 언니는 나보다 더했다. 나는 가끔 겨울에 감기라도 하는 편이지만 언니는 그 흔한 감기도 앓아본 일이 없었다. 예방주사를 제외하곤 주사맞아본 일이 없고 사리돈을 제외하곤 약을 먹어 본 일이 없다는 언니였다. 그런 면에서 언니는 진짜 숫처녀였다.
음식도 그렇다. 곁에서 무얼 먹고 있는걸 보면 얼마나 먹성좋게 먹던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언니가 그다지 보기 싫지않게 몸매를 유지하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다.
어머니는 다른 건 다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면서 그것 하나만은 늘 흡족해하셨다. 승희 밥먹는걸 보면 복이 굴러 들어오는 소리가 훤히 보이는 것 같다고. 영미언니가 물었다.
[윤정진 대리는 다녀갔니? 널 보고 많이도 놀랐겠다]
[그 사람이 왜?]
언니가 딴전을 부리고 있었다.
[어머머머, 시치미 떼는 것 좀봐. 누가 모를 줄 알고]
[벌써 끝났어. 내가 얘기하지 않았었니?]
[너 지금 맨정신으로 하는 소리니? 어디보자. 몸에 열은 없는데][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것 봤니. 한때 좋아했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아니야. 집에서 마음에 새겨둔 신부감이 있었던가봐]
언니가 천연덕스레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잠시 사이를 둔 언니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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