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선언}놓고 "자중지난"

입력 1994-11-10 12:44:00

핵문제에 대한 북.미간 합의가 나오기 무섭게 대북접근을 꾀하려던 일본연립3당이 자중지난에 빠져 합동방북단 파견시기가 불투명함은 물론 백지화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자민.사회당과 신당선구등 여3당은 빠르면 이달중 북한에 합동방문단을 파견키로 했으나 지난90년 가네마루(김환신.전자민당부총재)방북단의 평양방문시노동당과 합의했던 이른바 {3당공동선언}취급등을 놓고 뚜렷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한채 논란만을 거듭, 주춤하고 있다.

3당 방북단에 신중론과 반대론등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명확한 원칙부재가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3당공동선언}을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아니면 파기할 것인지의 결론도 못내리고 있을 뿐만아니라 그동안 북한과의국교정상화 교섭에서 제기해온 이은혜문제등 현안들을 덮어둘 경우 일본의외교자세에 대한 시각, 특히 국민적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또 일본태도를 주시하고 있는 한국쪽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이가라시 관방장관의 최근 방한때 김영삼대통령이 짚고넘어간 것을 유의하는분위기도 없지않다. 외무성이 정치권의 {무원칙외교}가능성을 들어 반대하고자민당등에서도 신중.반대론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제반상황에 기인한다.문제가 되고있는 {3당공동선언}은 당시 정계를 주름잡던 자민.사회당 거두,즉 가네마루와 다나베(전변성)사회당위원장의 합동방북단이 북한 노동당과합의해 발표한 것으로, 전전식민시대와 함께 전후45년간의 보상.사죄를 약속함으로써 일본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전후부보상원칙을 파기, {굴욕외교}라는거센 비판을 받았었다.

이번에 여3당 방북단이 평양에 갈 경우 북한과 사이에 {3당선언}문제가 거론될 것은 뻔하고, 북한이 주장할 {유효}를 인정.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무효라고 뿌리칠 수가 있을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말썽이 심했던 가네마루의 {굴욕외교 전철}을 밟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일본방송과 회견한 김용순이 {3당선언 무효화는 절대불가}라고 밝혀 인정하지않으면안된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는 상태다.

이은혜문제는 92년 북경8차회담 이후의 국교교섭 결렬 직접원인이다. KAL기폭파범 김현희의 일어교사였다는 이의 신원확인을 요구하는 데 대해 북한은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일관해왔다. 따라서 {수월한 교섭재개를 위해 장애물들은 일단 덮어두자}는 사회당등 주장이 설득력을 발휘, 여3당 수뇌회의가 이를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문제에 대한 각계의 비판적 견해가 꼬리를 물고있다. 외무성측의 외교원칙 강조와 정치인불신 시각에 더해 언론들의 비판,또 각정당 내부에서의 신중론이 갈수록 거세져 혼미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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