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엄마일기-도배

입력 1994-11-07 08:00:00

아침마다 느껴지는 찬바람으로 성큼 가을이 다가섰다고 생각하니 방안의 분위기도 바꿀 요량으로 도배를 하기로 했다.도배로 보내기엔 아까운 휴일이지만 하루동안의 수고로 몇 달간의 기쁨을 누릴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으리라 생각되었다.

먼저 벽면의 먼지를 털어내고 부근에 있는 장식가게에 들러 따스함을 느낄 수있는 화사한 벽지를 고르고 풀도 몇 봉지 함께 구입하니 가게주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하긴 요즘 세상에 도배를 장식가게에 부탁하지 않고 직접하는 사람이 드문 도시생활이라 그럴만도 하리라 생각하며 자신있는 몸짓으로 벽지와 도배에 필요한부속물을 어깨에 얹어 집으로 돌아왔다.

방 하나를 도배하는데 2만원을 달라고 하니 도배를 끝내면 4만원은 벌겠구나 생각하니 상상연만 해도 기분이 흐뭇해 지는 것이었다.

그까짓 두 시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벽지를 바르는 데 윗부분을 맞추면 아래쪽이 벌어지고 아랫부분을 맞추다보면 위쪽이 틈새가 생기는등풀칠이 되어있는 벽지가 생각대로 붙여지지 않는 것이었다.씨름끝에 가까스로 도배는 마쳤지만 온몸은 물론 장롱 TV까지 풀이 붙어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외출에서 돌아온 아내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어떻게 된건가 하는 표정이었다."사실 내가 오늘 수고를 좀 했지!"하며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과장되게 해주었더니 그만 감격하는 표정이 되어 눈물까지 글썽대는 것이었다.역시 땀흘리는 수고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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