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추곡수매가를 동결하고 수매량을 축소하는 등 양곡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이같은 방향선회는 국제화.개방화라는 대외적 여건변화를 수용하고 시장개방을 앞둔 쌀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조치로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수매가를 11년만에 다시 동결하고 수매량도 지난해수준보다 축소키로한 조치는 당분간 농민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또 추곡수매에 대한 국회동의 과정에서 수매확대를 요구하는 야당과 정부안을 관철시키려는 정부.여당간에 상당한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정부의 추곡수매안은 수매량을 작년의 1천만섬에서 1천1백만-1천2백만섬으로확대하고 수매가 인상률도 지난해의 5%에서 8.1-9%로 상향조정해줄 것을 요청한 농협및 농민단체의 요구와 많은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정부는 그동안 추곡수매안을 결정하기 위해 경제논리와 {농심달래기}라는두가지 측면을 놓고 상당한 고심을 해왔다.
추곡수매예산을 편성한 경제기획원은 일찍부터 올해 추곡수매가는 동결하고수매량은 예산에 반영된 950만섬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농림수산부도 이같은 주장에 동조해왔다.
정부가 이같은 입장을 견지해온 이유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이후 첫해인 올해의 추곡수매여건이 어느때보다도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먼저 올해는 지난해 단행한 양정개혁방안에 따라 그동안 양곡증권발행에의해 조달하던 수매부족자금을 모두 예산에서 지원하고 있는 만큼 추경예산을편성하거나 내년도 예산안을 수정하지 않고는 예산범위를 벗어난 수매를 하기가 어렵게 돼있다.
둘째는 수매가를 인상하게 되면 산지가격과 수매가격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쌀의 민간유통활성화를 저해하게 되며 농가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게된다는 것이다.
현재 1등품기준으로 80kg한가마당 산지가격과 수매가격의 격차는 2만7천8백45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같은 격차가 확대되면 농민들이 수매에만 집착하게되고 시장에 내다팔기를 꺼리게 된다.
특히 전국에서 생산된 쌀중 수매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수량이 2배가량에 달하기 때문에 1ha경작농가를 기준으로 산지쌀값을 1% 올리면 농가의 조수입이 3만4천7백원에 이르지만 수매가를 1% 인상하면 농가의 조수입은2만857원에 그친다는 것이 농림수산부의 분석이다.
정부는 이에따라 앞으로 수매가격의 인상은 자제하고 쌀값의 계절진폭 즉,수확기와 단경기와의 가격차이를 올해 7%에서 내년에는 10%까지 확대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셋째는 내년부터 WTO체제가 출범하면 국내보조금 감축계획에 따라 정부수매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림수산부관계자는 95년이후의 수매보조금 감축의무 이행을 감안할 때 올해수매가격을 인상할 경우 인상된 만큼 추가로 내년에 더 줄여야 하기 때문에수매량의 급격한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93년산 수매가격으로 사들일 경우 내년에 연간 36만섬 수준의 수매량만 줄이면 되지만 수매가격을 1% 올리게 되면 수매량은 10만섬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
이와함께 오는 2005년이후로 예상되는 쌀시장의 전면개방에 대비해 국제가격에 비해 4-5배가량 비싼 국내쌀의 생산비를 낮추어 가격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수매가격의 인상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이같은 경제논리가 설득력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수매가의 동결이 농민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예산범위내에서 수매량 확대방안을 찾아냈다.
즉, 정부수매분 6백만섬을 590만섬으로 줄이고 10만섬 수매를 위한 자금 237억원은 농협수매분 350만섬을 380만섬으로 확대하는데 활용토록 해 결국 수매량을 950만섬에서 970만섬으로 20만섬 늘리기로 했다.
이는 농협수매의 경우 산지가격과 수매가격의 차액만을 정부예산에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수매예산으로 3배이상의 수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다만 이 경우 농협의 수매도 보조금으로 간주되고 농협의 수매자금 동원에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정 농협수매를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농림수산부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양곡유통위원회가 건의한 3-6%인상에 950만섬 수매를 수용하게 되는 셈이며 수매가 인상보다는 수매량 확대를 원하는농민들의 요구에도 어느 정도 부응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안이 국회동의과정에서 그대로 관철될 지는 미지수라고할수 있다.
그동안 국회동의과정에서 추곡수매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떠올라 정부안에 비해 수매량이 확대되고 수매가 인상률이 높아졌다.
이번에도 예산상의 어려움을 들어 수매량 확대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던 정부가 편법으로 수매량을 늘린 만큼 국회동의 과정에서 정부가 정치논리를 배제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농업전문가들은 정부가 농민들의 소득지지를 위한 특별한 대안없이 추곡수매가를 동결하고 수매량을 축소키로 한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높이고 있다.
강봉순서울대교수는 "보조금을 감축하는 시기는 내년부터 시작되는데도 정부가 서둘러 수매가를 동결해 농민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영농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추곡가인상률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직접소득보상제, 경영이양장려금제 등을 도입하는 등 소득지지를 위한 대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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