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전|여야대치 배경

입력 1994-11-05 12:09:00

성수대교 붕괴사고등으로 장기공전한 국회가 까가스로 정상화된지 닷새만에검찰의 12.12관련자 기소유예로 또다시 암초에 걸려 좌초하기 시작했다.민주당은 김영삼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며 김도언검찰총장등에 대한 탄핵소추발의라는 초강수를 검토하고 있고 민자당은 무조건 국회정상화만을 촉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민주당은 여야영수회담을 돌파구로 생각하는 듯하나 여권내의 분위기는 영수회담에 매우 냉담하기만 해 대치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민주당은 기본적으로 12.12군사반란자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결정은 국민정서와 명분을 중시하는 야당의 입장에서 하나도 꿀릴게 없다고 보고있다.특히 "12.12사건 공소시효가 불과 한달남짓밖에 남지않은 시점에서 군사반란자들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반역사적 행위를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야당 역시쿠데타 세력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고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강경쪽으로 분위기가 잡히고 있다.이기택대표가 본회의 유회사태에 대해 "정회만 하려했는데 유회사태까지 갔다"고 말한 것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당초 이대표 등 당지도부는 검찰의 12.12수사결과에 대해 분개하는 야당의모습을 대정부질의를 통해 충분히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될 것으로 생각한 듯싶다.

그러나 막상 의원총회를 열어보니 늘상 그래왔듯이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의원직사퇴 단식 삭발농성 등 초강경 투쟁주장이 봇물터지듯 나왔기 때문이다. 당지도부가 국회를 당분간 공전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12.12사태만은 밀어붙여도 되겠구나 하는 판단이 들만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날 본회의 정회과정에서 멱살잡이 등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바람에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는 부담도 함께 의식하고 있다.그래서 민주당은 한편으론 장외투쟁 불사 등 초강경전략으로 여권을 최대한압박해가면서 대화분위기를 유도해가는 양동작전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먼저 주말을 이용, 총무 등 다각적인 채널을 가동, 김대통령이 고검항고과정에서 12.12반란자 기소결단을 내려줄 것을 여권에 강력하게 전달키로 했다.이어 7일에는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여권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국회공전은 불가피하며 농성및 김수환추기경 등 종교.재야인사와의 장외연대투쟁도 불사한다는 강경대응전략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처럼 강하게 몰고가면 여권쪽에서 뭔가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오는 10일 APEC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김대통령이 국회공전사태를 모르는 체하고 떠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대표가 신기하총무에게 "12.12사태는 총리나 법무장관이 답변할 성질이 아니니 우리당의 기소요구를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토록 하라"고 지시해놓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이대표가 여야영수회담에 대해 "내가 제안한 것이니 저쪽이 필요해서만나자고 하면 만나겠다"고 내심 영수회담쪽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여권의 아무런 입장변화 없이 김대통령이 출국할 경우에도나름대로의 대비를 하고 있다.

성수대교 참사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을 제출, 이를 처리한후국회에 들어가는 전략 등이 있을 수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은 {최후의 카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민자당은 5일 민주당의 갑작스런 강경투쟁선회 배경과 의도를 다각적으로분석하면서 국회공전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대야접촉과 설득에 나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정리.

민자당은 특히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검찰의 기소유예처분 번복문제는"12.12사건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과 처리는 당에서 개입할 필요는 없다"는박범진대변인의 발표대로 {부가}방침을 재확인해 사실상 야당에게 제시할만한 {당근}이 없어 대책마련에 고심.

이한동총무는 이날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민주당이 돌연한 정치공세를 펴국회본회의가 차질을 빚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원만히 처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정상화문제는 총무가 책임을 지고 수습에 나서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수습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민자당은 12.12사건문제는 여야의 절충과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닐뿐 아니라 야당의 요구대로 대통령의 결단에 넘길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의 태도변화가 선행되지 않은 한 별다른 돌파구를 찾기가어렵다는 점을 현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눈치.

이때문에 민자당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의 아.태경제협력체회의(APEC)정상회담 출국을 전후해 민주당이 김두희법무장관과 김도언검찰총장에대한 탄핵소추결의안을 제출하고 국회등원을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만 걸고 있는 실정.

그러나 이같은 수동적인 낙관론과는 대조적으로 민주계 일각에서는 민주당의이번 강공선회 배경에는 차기대권후보를 둘러싼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 이기택대표와의 미묘한 갈등관계가 적지않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공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

이대표는 김이사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할수밖에 없었고 이번 12.12사태에 관한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을 큰 호재로 판단, 승부수를 던졌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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