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인간성 회복을

입력 1994-11-04 08:00:00

요즈음 대구와 서울간을 비행기로 자주 오가면서 새삼 느끼는 현상이 하나 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의 성급함이 비행기를 내릴 때 잘 나타난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여 멎기가 무섭게 승객들이 앞을 다투어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고 문쪽을 향하여 우루루 몰려가 복도를 메운다. 국제선을 타보면 역시 이런승객들을 보는데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다. 짐을 들고 지고 좁은 복도에 비벼 서있다가 한발 일찍 내린다면 무슨 득이 있는지 이해가 잘 되지않는다.하기야 이런 현상은 비행기에서 내릴 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남의 어깨를 밀치고 헤치고마치 사지를 탈출하듯 서두는 것을 본다.우리나라를 자주 찾는 외국인들 가운데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들도 "빨리 빨리"는 알아듣는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도 한국 사람이 성급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비행기에서, 시내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성급히 내리는것은 일종의 강박관념이나 피해의식의 발로일 수가 있다. 우리는 예측하지 못하는 많은 사고와 위험에 쫓기며 살고 있다. 그 사고와 위험은 바로 우리 자신이성급하게 이뤄놓은 불완전한 환경으로 부터 유발되는 경우를 흔 히 본다.성수대교의 참화가 그 예일 것이다.성급함에 대한 업보인지도 모른다.이제 우리는 이러한 업보의 윤회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그 발단은 인간성의회복, 인간존중의 가치관을 되찾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성급하게 비행기 문에 몰려 서 있는모습은 그렇게 여유있고 품위 있는 광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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