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동학사상 학수회의 영남대 배영순교수

입력 1994-11-04 08:00:00

동학사상은 "천주(한울님)의 뜻을 따르면 천지의 조화가 정해지리라"는 13자 주문에 나타나있으나 그 골간을 이루는 "시천주"와 "조화정"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지 못해 결국 미완의 사상으로 남게됐다는 주장이 나왔다.영남대 배영순교수(국사)는 영남대민족문화연구소가 4-5일 이 대학에서 열고있는 동학농민혁명 1백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동학사상의 핵심은 13자 주문(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에 압축돼있으나 체용론적인 입장에서 볼때 본체에 해당하는 "시천주"에 대한 인식이 완벽지 못한데다가 그 작용론인 "조화정"마저 운수소관으로 돌리는 한계를 지녔다고 밝혔다.

배교수는 "동학에서 천주라는 개념은 "인간본성"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상제나 귀신같은 "절대자"를 동시에 내포하는 이중성을 지닌다"면서 이와같은 본체론적인한계가 그 작용론인 "조화정"의 사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수운의 조화정은 뿌린대로 거두는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한울님에게 달려있다는 역학적 운세관을 지녔기에 천주와는 별개로 운행되는 운수론으로 귀결돼버렸고,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예고한 개벽관도 운세의 주기적 순환에근거하여 산출한 역학적 개념이상일 수 없었다"

배교수는 조화정과 마찬가지로 개벽도 운수의 조화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도래 하리라고 보는 운수론에 좌우됐기에 적극적인 실천을 유도하기보다는 피란의 동기를부여하는데 끝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동학사상은 학문적 기초위에서 형성된게 아니라 수행을 통한 체득에서 성립되었기에 독자성을 지니기는 했지만 수운이 사상적 체계를 완비하지 못한채 곧바로 포덕에 들어가는 바람에 미완의 사상으로 머물고 말았다"

배교수는 "수운이 포덕의 시점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었고 자신의 체험적 인식을 검증하고 사상적 정비를 거쳤다면 동학사상은 한 시대의 사상적 대안으로서 보다 완벽한 모습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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