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뿌 리

입력 1994-11-03 08:00:00

지난 여름은 아침산책이 답답할 정도로 이상고온과 가뭄이 극심했다.농작물 가뭄피해, 용수부족으로 인한 조업중단, 가축 떼죽음등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조금 더 오래되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따금 비가 감질나게 뿌리곤 했어도 흡족하지는 못했다.

간밤의 태풍에도 불구하고 몹시 기다렸던 비는 흔적뿐 새벽 등산로는 뽑혀나간나무들이 이리저리 즐비하게 흩어져있었다. 그것도 좋은 곳, 좋은 땅에서 자라고있었던 큰 나무들만이 뽑혀버린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어서 다른 산으로 가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토심이 깊으면 뿌리를 넓고 깊게 뻗을 필요가 없는 것이 첫째 요인이고 빛이 좋은곳은 바람이 많다는 것이 둘째 요인이다.

뽑혀버린 나무들과 같이 인천세무비리사건 성수대교붕괴사건 충주호유람선화재 사병총기난사사건들이 무엇이 다른가.

그뿐이랴. 심각한 환경문제는 자손대대로 아껴써야 할 공기와 물을 오염시켜 자연을 죽여가고 있다. 나도 죽어가고 가정도 사회도 국가도 죽어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뿌리부터 뻗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뿌리는 좋은 땅에서 깊게 뻗지 못한다.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외롭지만 더 오래사는 것을 볼때 우리도 남들보다잘 살려고만 하다보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뽑혀버리지 않을 까.풍요로운 의식에는 지혜가 움틀 수 없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 나를 보고 나를 살리면 모든 것을 살릴 수 있는 참 뿌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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