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색깔논쟁 불씨

입력 1994-11-03 00:00:00

민자당이 노재봉의원의 발언파문을 서둘러 봉합, 김종비대표가 김영삼대통령에게 노의원의 발언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을 사과하기로 하고 더이상 문제를확대시키지 않기로 했다.이는 징계 출당조치등으로 문제를 확대시켜봤자 가뜩이나 꼬인 정국에 부담만 될뿐이라고 당이나 청와대 모두가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계기로 민자당의 태생적 한계가 재차 노출되었고 민자당내 민정.공화계등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의원들이 이같은 노의원의 극우적이라는 사고에 심정적으로 공감하고 있음을 드러내 김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이여권내부의 반발로 상당한 애로에 봉착할 수도 있음을 예고케하고 있디.2일 당무회의에서 이환의 김종하 오세응 최병렬 정종택위원등은 노의원이 당총재인 김대통령에게 도전했고 현시국이 위중하다는 이유를 들어 비판을 제기했지만 노의원의 발언내용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았다.

오히려 국회의원의 원내발언에 대한 면책특권과 의원개개인이 헌법기관임을강조함으로써 두둔하는 인상이 짙었다.

서울시장에 발탁 직전이었던 최의원은 [노의원의 논리 가운데 공감하는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공감의 뜻을 피력하면서 그러나 이같은 논리를 통치권에 도전한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논리를 폈다.반면 민주계 의원들은 [당을 같이 하겠느냐]라고 흥분하고 있다.[6공때 비핵화선언으로 자신이 옷을 모두 벗도록 해놓고---](윤영탁의원)[7.7선언을 누가 했느냐](최형우내무장관) [의도를 가진 발언](서청원정무장관)등으로 노의원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스스로 탈당등 결심을 해야할 것이란 강경한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건드리면 커진다]는 인식 때문인듯 회의석상에서는 일체 이같은불만들을 털어놓지 않았다.

이같은 민주계와 민정.공화계등의 메워질수 없는 인식차이는 과거 군사정권당시의 정보기관 책임자로 부터 사회주의 노선에 동조했던 한배를 같이 탈수없는 {좌-우}인물들이 동거하고 있는 민자당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지난 봄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문수씨와 9월의 재야출신인 이우재 정태윤씨등을 영입하면서 안무혁.곽정출의원등이 [사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영입한데 대해 당지도부가 해명하라]고 하는등 당내에서 색깔.이념논쟁을 이미치렀었다.

앞으로도 한지붕 다가족의 민자당 현실상 이같은 민감한 이념문제는 항시 재연할수 있다.

이같은 문제들을 미봉차원으로 땜질만 해 나간다면 당장 내년 4대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기준에 의해 지지할 정당으로 택할 것인가 혼란스러울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파문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정계개편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이같은 여권내부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김대통령의 통치구상이 외부적 요인이 아닌 여권내부의 혼선으로 지리멸렬할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책과 이념을같이 하는 세력들끼리 새로 모이는 정계개편 작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노의원의 발언에 대한 여권내부의 갈등은 일단 잠복기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발언 파장은 이제 정치권을 떠나 학원및 사회로 그 불이 옮겨 가고있다.

여권의 의도대로 파문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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