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인가...{신당포석}인가

입력 1994-11-02 12:10:00

[나는 열린 마음으로 갇혀진 말을 풀기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이같은 서두로 시작된 1일 민자당 노재봉의원의 통일.외교.안보분야에 대한대정부질의가 가뜩이나 어수선한 여권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현정부 외교 통일정책에 대한 극언에 가까운 비판도 문제지만 그 화살을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에게 직접 퍼부었고 또한 그의 논리자체가 극우로 지적될만큼 경도돼 있다는 점이 충격을 더하고 있다.그는 한미공조의 균열은 김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라고 한데서 이미 한미공조의 폐기는 시사됐으며 이같은 민족노선은 결과적으로 북한이 추구하는 통미봉남이란 통일전선전략과 일맥상통해 경악을 금치못한다고 했다.

재야 운동권인사들의 영입부분을 {친북세력 영입}이라며 정치권이 이 나라의위상에 대해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지난 대선당시를 언급하며 [당시 국가의 중대문제였던 북핵문제를 어느후보도 거론하지 않아 이상한 나라의 한심한 선거란 생각을 했다]고 김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날 노의원의 발언은 그의 정치전력을 봤을때 어느정도 예상됐다고 할 수있다.

그의 발언이 진행되는 도중 김종비대표는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이한동총무서청원정무장관 백남치정조실장등과 만나 대책을 숙의했고 이어 김대표는 질의를 마친 노의원을 불러 [당내 언로는 열려 있지만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며[앞으로는 조직인으로서 충실히 임해달라]고 경고를 전달했다.이총무는 대정부질의가 끝난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의 입장및 정책방향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개인의견으로 당과 협의없이 발언한 것]이라 해명하며[노의원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공개경고했다.신상우 서청원 백남치의원등은 [돈키호테와 같은 발상] [여기가 대학강단인가]라며 그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했다.

민주당도 그의 발언에 대해 [파시스트적 발상] [매카시즘적 사고]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박지원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총리를 역임했고 민자당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는지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문희상의원은 [기득권유지에 급급한 망상에 불과하며 시대착오적]이라고 했고 장기욱의원은 [노의원은 젊은 교수시절 진취적으로 알려졌는데 완전히 퇴영적 수구주의자의 표본이 됐다]라며 [아마 군사반란 수괴자들과 어울린 탓일것]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민자당내 민정계 일각에서는 내심 옹호하는 분위기며 노의원에 대한 징계여부에 대해서도 [의원의 국회발언을 문제삼아 징계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본회의 발언이 끝난 직후 본회의장이 향후 파문등을 예상한듯 민자당의석이싸늘히 식은 가운데서도 이만섭 정호용 윤태균의원등은 그에게 악수를 청하는등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박세직의원은 [현사태에 대한 학문적이고도 논리적인 접근이었다]라며 [모두가 우려하는 바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었다고 본다]고 공감을 표시했다.노의원은 질의원고를 사전에 당총무단에 제출하는 관례를 무시한채 대정부질의 전날밤에 원고를 작성하고 발언직전에 배포하는등 이같은 파문을 사전에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가 이같은 발언 이후 민자당과 결별하는 수순까지 계산한 것이 아니냐는관측이며 거듭 제기되고 있는 5, 6공 신당 가능성등과도 접목된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권핵심부는 그의 발언을 문제삼을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현정국이 집안문제로 더더욱 꼬일 것을 우려해 일단은 직접적으로 문제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한동총무가 자청한 기자간담회가 청와대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당기강확립 차원등을 감안할때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의 발언파문에 대한 책임추궁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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