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다시 한번 꿈같던 기적을 소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때처럼먼저 나를 알아본 그가 손을 번쩍 들고 나를 부르는 모습을. 그리고 그의 여전한 웃음과 너스레를. 아니 나는 그보다 더 희박한 기적을 꿈꾸며 그것이 무참히 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몰랐다.내가 은행문을 밀고 들어가 보이지 않는 그를 다소의 기대감으로 찾았을때누군가가 나에게 전해주는 말-윤정진 대리? 아 그 사람, 누굴 만나러 잠깐 밖엘 나갔는데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어. 이따 다시 한번 와봐요. 그런데 학생,윤대리 들어오면 누구라고 전할까?-을. 내가 정작 듣고 싶은 말은 이쯤될까"윤정진대리 말이오" 아, 그 사람, 오늘 결근했어요. 글쎄,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고 하여튼 어디 아픈가 보던데.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뭔일인지. 학생은 윤대리를 무슨일로 찾나? 전화번호라도 가르쳐 줄까?은행옆 공터에서 조무래기 몇이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었다. 이곳 아이들의유행도 역시 그 훌라후프인 모양이었다. 누가 많이 돌리나 내기를 하는지 한아이가 열심히 세고 있었다.
나는 은행 정문을 바라보았다. 높다던 은행 문턱은 그러나 나지막한 다섯 계단의 층계참에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계단을 선뜻 올라설 수가 없었다.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앞세우고 은행에서 나오고 있었다. 통장을 펼쳐 안을꼼꼼히 들여다보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저 아주머니는 윤정진대리를 보았을까. 자꾸 물어보고 싶어진다.
나는 마침내 두명의 아저씨에게 떠밀리듯 은행안으로 들어섰다. 주말이라 그런지 은행은 붐볐다. 각 창구마다 문의를 하거나 입출금하는 사람들이 몇몇붙어서 있었고 대기 소파에는 차례를 기다리며 그냥 멍청히 앉아 있거나 잡지책을 뒤적거리는 사람들이 비좁게 앉아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빛도 각양각색이었다. 불만을 품은 듯한 눈빛과 느긋한 눈빛, 초조한 눈빛과 다소곳한 눈빛, 그리고 수시로 탈바꿈하는 눈빛들. 그 눈빛을 모아 모자이크를 한다면 제목은 {소망}쯤이 될 것 같았다.
그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