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어느장관의 허세

입력 1994-10-26 22:43:00

북경 상주 한국특파원으로 있으면서 국내에서 오는 이른바 지도층인사들을 만나고 난후 갖는 느낌은 하나같이 중국의 실체를 너무 모르고있다는 점이다.중앙부처의 장관, 국회의원, 심지어 사회단체의 인사들까지 바탕엔 사대주의를 깔고 우리가 중국을 도와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를 펴고 있다. 26일현재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한국의 한 장관의 얘기.한.중양국간 노동분야의 상호 정보교환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중한이장관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의 직업훈련 수준이 중국보다 앞섰다는 자랑과함께 직업훈련소 하나를 지어주기를 요청받고 이에 원칙합의했다는 것이다.돈이란 물건은 원래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줘야 빛이 나는 것.중국의 수출입 규모가 한국을 앞지른지가 어제오늘이 아니고 외환보유고조차24개 개도국중 중국은 6위, 우리는 9위다.

게다가 중국의 관광달러등 무역외 수지는 우리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중국 당국은 외국인에게 만리장성과 자금성의 입장료를 내국인의 수십배를받아도 관광객들은 연일 장사진을 치니 이 두개만 가져도 중국인들은 먹고 살수 있다는 말이 외국인들의 입에서 절로 나오는 형편이다.

이 장관은 중국측에 약속한 직업훈련소의 예산규모를 묻는 질문에 중국측이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후 통보받기로 했다고 답하고 중국이 우리보다 달러가많다는 지적에 작은 규모의 지원이니까라고 간단히 받아넘겼다. 백보를 양보해 {작은 규모}라 해도 우리의 원조로 지어진 직업훈련소가 곧 우리산업의 목줄을 죄는 터전이 될수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한 것일까.더욱 해괴한 사실은 해당분야의 질문이 나올때 마다 난 장관이지만 이 분야는 잘 모른다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점이다.

장관이 해당분야의 실무를 모르고서도 10개월의 수명을 간단히 넘길수 있다면 그 정부의 성격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이 정부의 장관은 능력도, 책임도, 성의도 없이 한 부처에서 10개월을 묵어가는 과객이어도 좋은건지 정말 알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서도 현지에 갓 온 과객이 그 바닥에 사는 사람의 얘기는 들으려고도않아 마치 비행기가 빠른지, 기차가 빠른지 서로 싸운 끝에 바퀴가 많은 쪽인 기차가 빠른 것으로 결말이 났다는 우스게 얘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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