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의 세계(5)-종합(기계.연구.무역)

입력 1994-10-26 08:00:00

제직기술의 수준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사생산의 기술을 100으로 보았을때 염색기술은 150, 제직기술은 30으로 보고있다. 시설면에서도 두말할 나위없이낮아 원사100, 염색50으로 보고 제직은 역시30으로 평가하고 있다.{섬유산업의 우위를 재는 잣대는 직기의 제조능력이다}섬유산업을 얘기할수있는 요소가 하나둘이 아닌터에 하필이면 기계를 들먹이며 또 직기를 말하는 것일까. 기계와 제직의 중요성이 섬유업의 밑바탕임을말해주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것이 가장 전문적인 것이라는 학문논리는 섬유업계라 해서 그적용이 틀리지 않는다.

열악한 제직기술력과 기계업계에 대한 지원부족이 한국섬유산업의 최대 약점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있다.워터제트룸 혹은 에어제트룸등 혁신직기의등장으로 제직품 생산능력에 도취해 있을뿐 제직의 메카니즘에 대한 인식은엷은 것이다.

대구의 유수기업인 S기계가 S중공업과 합작후 직기의 생산을 거의 손놓고 있다는 것은 잘알려진 사실.

이같은 사실앞에 한국섬유기계협회는 고민하며 직기의 생산에 과감한 투자를아끼지 않을 기계업계의 분위기 조성에 애쓰고 있다.

철저한 주문생산을 원칙으로 삼고있는 닛산, 도요타등 일본의 직기전문생산업체가 자동차생산업체인,일본의 경우를 참고로 하면 한국은 대기업이 나아가고 있는 기업항로를 피부로 느낄수 있다.

수많은 섬유기계전시회가 각국에서 열리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서울전시회가이류전시회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처지를 떠올리면 이유의 일단을 알수있다.지난 10월상순에 북경서 있은 섬유기계 전시회에 대구지역의 몇몇 업체도 참가하였는데 적어도 중국섬유업계의 상승기세를 알수 있었다는 참관자들의 말이다.

섬유업에 있어 한국은 곧잘 일본과의 비교를 하나의 공식으로 여겨오고 있다.일본은 섬유관련연구소를 전국에 47개나 깔아놓고 있다. 한국은 대구의 섬유기술진흥원이 겨우 연구기능을 갖추어 나가는 곳으로 유일하다.이같은 지각인식에 바탕한 섬진원 구내의 섬유연구개발센터와 대구염색공업공단 터의 종합염색기술연구소설립은 그나마 한국섬유업계의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감량가공 중심의 염색업이 주종인 대구에 이제야 종합염색연구소가 세워짐은만시지탄의 감이 있는데 대구염색공업공단조성 15년만에 연구소를 갖게 되어비로소 염색공단으로의 삼박자(연구 조화 생산)기능을 기대할수 있게 됐다.이연구소는 국회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설립지원금을 포함, 50억-60억원의 기금으로 건립된다. 대구염색공업공단이 세계최대 규모의 염색공단임을 생각할때 적절한 투자인 셈이다.

섬유업계의 또하나 고질은 무역업에서 항상 뒤처진다는 것이다.{홍콩바이어가 기침하면 한국의 섬유업자들은 감기가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섬유업자들은 나약한 존재로 치부돼있다.

무역업을 하는 섬유인들 스스로 "홍콩바이어와 점심먹고 들어오면 어느새 5전(센트) 깎여진 가격에 물량을 소진시킬 각오를 갖지 않을수 없도록 주눅이든다"고 자조할 정도다.

한국의 섬유업자들은 근본 자본금이 부족하므로 물량을 쌓아놓고 기다리지를 못하기 때문에 홍콩바이어들은 이를 잘 알고 이용하는 것이다. 끈기도,그렇다고 배짱도 없는 오늘의 국내 섬유업체들이다.

홍콩바이어들의 이러한 수법을 배운 UAE등 나라의 바이어들도 한국섬유업체의 약점을 알고 툭하면 하자발생을 들고 나와 가격을 깎으려들고 있는 입장이다. 그래서 대구의 중견업체들로 PET수출상사23개사 모임인 한국화섬직물수출협의회는 최근 UAE의 악덕바이어 명단을 공개,이들에게는 물량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고있다.

{아브안일}, {그로브트레이딩}, {디테일}등의 상호를 가진 바이어들이다. 이들에 대한 규제발표는 홍콩은 물론 타지역 바이어들에게 강한 긴장감을 갖게할 것임이 뻔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취해지는 공동대응인 것이다.대구엔 연사직물생산협력협회란 기구가 있어 물량이 남는 업체를 상대로 물량을 담보로하여 자금을 빌려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어쩐일인지 제기능을하지 못해 이 창구를 이용하는 업자가 적은 입장이다.

이처럼 한국의 섬유업계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하나둘이 아니다.그나마 연구기능을 갖추어 나가고 있는 한국섬유기술진흥원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자주 적시하고 있음이 다행스런 일이다.

최근 진흥원은 과거의 역사적 사료를 모으는 작업을 하고있다. 제일모직이추진하고 있는 섬유박물관과 비슷한 일인데 과거의 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음으로 해서 앞으로의 감각을 일깨울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태리패션이 뛰어나다지만 그역사는 오래지 않다. 1951년에야 미국바이어를 위한 첫패션쇼를 개최했을 따름이다.

다만 이때 이태리의 독자적인 패션을 정착시키기 위해 광고관계자 언론인들까지 망라한 패션시스템이 구성됐는데 이때 패션협회는 의무적으로 {이태리영감의 배경}을 나타내도록 디자이너들에게 강요한 것이다.세계대하의 흐름을 타되 특징은 이태리의 것이라야 한다는 기발한 착상이었던 것이다.전통의 것을 지켜내려야 할 이유가 조금은 설명된다 하겠다.또하나 한국의 섬유를 살리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남성의 감각이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일전 상공자원부의 섬유담당국장은 "패션쇼장으로 어떻게 남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 패션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것"이라고 밝힌바 있다.미국대통령을 지낸 레이건이 의상담당보좌관을 두고 은연중에 패션을 강조해 미국의 패션이 살아났다는 것은 시중에 파다한 이야기이다.우리보다 뒤처진다는 중국만 해도 아마추어패션모델조직이 있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이러한 모두는 패션의 생활화란 설명으로 이해된다.또하나 섬유는 영원하다고 말하는 것은 섬유가 의상만이 아니라 산업용으로도 절대불가결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전쟁때 기름띠를 제거한 방오재나 인공혈액투석기는 모두 섬유를 소재로 한 것이다.섬유는 평화산업의 주도주란 말은 이렇게 하여 생긴 것이다.섬유는 이제 독립된 산업이 아닌 총체적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예로부터 진주에 비단제조가 잘되고있고 지금도 비단단지로 유명한 것은 바로 물이 좋기 때문이다.앞으로는 물을 지배하는 사람이 섬유업을 선도한다는예상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것은 섬유세계엔 복합학문 즉 종합학문으로 풀어야 하는 다양함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일본에 뒤진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막판뒤집기의 각오로 달린다면 일본의 섬유업도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거리에 있는것이 아니다" 섬유업에 관심이 많은 회화가 서보룡씨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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