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제네바 3단계, 제2차회담 일괄타결을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은최대의 동맹국, 북한의 입장을 고려, 비록 내놓고 좋아할 형편은 아니지만실제로는 환영일색이다.무엇보다 이 합의에는 북한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북한의 핵확산 금지조약(NPT)복귀 등으로 중국정부의 대북한 정책 실현을 위한 대외적인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핵동결, 특별사찰, 경수로 지원, 대체에너지 제공, 폐연료봉처리 등 구체적인 조치들까지 마련됐으니 중국으로서는 자신들의 현안이기도했던 북한 핵개발문제가 완전히 남의 손에 의해 해결돼 말로는 생색, 실제로는 한푼의 부담도 들이지 않는 중국외교의 전형을 기록하게 했다.인민일보를 비롯한 각 관영매체들이 외신면 머리기사로 북한의 입장을 보도하고 있는 것이 중국의 일차적인 반응이다.
중국은 93년3월12일 북한이 핵확금조약(NPT)을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1년7개월이 지나는 동안 한결같이 주장해온 것이 *이른바 서방삼변(남북한.북한-미국, 북한IAEA)으로 불리는 당사자간의 대화 해결 *한반도의 안정, 평화유지 *한반도의 비핵화등 3원칙이었다.
중국이 북한 핵의 타결로 가장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분야는 북.미관계개선을꼽을 수 있다.
이 문제는 한반도평화의 항구적인 보장책으로 중국도 추진해 왔던 주변 4국의 교차승인문제가 이제 핵타결로 실현을 위한 물꼬가 트였을뿐 아니라 연이어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도 바라볼 수 있게된 이상 중국으로서는 차제에 한국과의 일방적인 수교로 북한에 진 부채까지 청산하게 됐다.
한반도의 비핵화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실익이 있었을뿐 손해는 없었다는것이 북경 서방소식통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른바 북핵카드를 그때그때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과의 현안들을 깨끗이 청산한 점이다.
89년 천안문사건이래 중국과의 경제.군사기술방면의 교류 중단을 비롯, 듣기조차 싫어했던 인권문제까지 해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정작 자신들의 최대의 현안이었던 핵개발은 좌절된채 엉뚱하게도 중국이 자신들의 문제로 재미를 봐온 셈이됐다.
북한의 NPT 탈퇴이후 북경을 찾는 서방지도자들의 한결같은 주문은 북핵저지를 위한 중국측의 영향력 행사였지만 중국은 그때마다 상호 내정불간섭원칙을내세워 오히려 영향력만 키워나갔다.
결국 중국은 미국에 의해 제기됐던 무역상 최혜국대우 연장과 인권의 결부,군사교류, 투자제한 문제들을 때마침 대두된 북한 핵개발로 깔끔하게 해결한셈이다.
더구나 페리 미국방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 중국의 지도자들과 북한 핵문제를 걱정하던 중에 이 문제가 제네바에서 극적으로 타결된 점은 중국으로선무척 시사적이다.
그러나 정작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에는 어느정도 인식했을까.지난3월 김영삼대통령의 방중시 이붕총리는 "만약 북한이 핵을 이미 개발했다면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말렸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한편 북.미합의로 인한 북한의 대미.대일관계개선이 중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때 북한.중국 쌍무관계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져 결코 중국에 득이 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이곳의 분석이다.
북.미상호연락사무소 개설과 경수로 교체기간이 향후 최소10년은 걸린다고볼때 김일성사후 거의 일방적으로 중국에 기울었던 북한의 대외 행동축은 변경이 불가피할것 같다.
핵합의와 동시에 대두된 남북한 관계의 재개, 일본과의 국교교섭등으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따라서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 행사도한계를 보여 결국 한반도의 통일이 성취될때까지는 남북한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강질서의 형성이 불가피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