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북핵협상이 북한과 미국간에 우여곡절끝에 타결됐다. 핵문제가 종결되었음에도 뒷맛이 개운치 못하고 씁쓰레한 것은 어인 까닭인가. 그것은 우리입장으로 볼때 {제 보리주고 제 떡 사먹는} 그야말로 본전도 되지않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핵문제의 당사국이 바로 남한과 북한임에도 우리는 애초부터 협상권을 미국에 넘겨준채 자국의 안위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장에 맘대로 드나들 수도 없는초라한 신세였다. 그러니 협상을 대행하는 미국은 한국의 입맛에 맞게 협상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 맞춰 협상을 했기 때문에 회담 상대국인 북한에 많은 것을 내주는 대신 자신은 밑천들이지 않고 실속을 차렸고 우리는 막중한 경비부담만 덮어쓴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핵협상에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정쩡한 협상결과를 두고 만족도 불만족도 표시할 수 없는 딱한 처지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미합의가 한반도 평화의 기초를 마련한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 평가를내리고 있지만 이는 깨끗하게 처리되지 못한 북핵에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국민감정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짙다고 봐야 할 것이다.이번 협상의 결과를 보면 {한미 공조}란 한갓 허울좋은 이름에 불과했고 국민에게 약속했던 {선사찰 후지원}이란 원칙은 간곳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경수로 지원의 전제조건이라던 특별사찰은 3-5년뒤로 미뤄졌고 폐연료봉의 북한내 간식보관이나 방사화학실험실의 폐쇄아닌 봉인조치등은 말썽의 씨앗으로남을것같은 불길한 예감때문에 우리는 오늘의 타결에 완전한 믿음을 실을수없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북한과의 남북대화는 그동안 4백차례했지만 얻은 성과는 하나도 없다"고 한 말에서 읽을수 있듯이 북한은 신뢰를 상실한 집단이기때문에언제 딴전을 부릴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들이 여전히 핵카드를움켜쥔채 실이까지 챙겼으니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이번의 합의가 불안하지 않을수 없다.
물론 이번의 협상이 미국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우리로선설정한 목표에 너무 미달한것 같아 허탈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보면 핵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북.미핵협상의 결과를현실로 받아들여야 하고 북한이 핵을갖고 있든 없든 간에 상당기간 동안 핵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다. 경수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뭔가 수가 틀리면 북한이 핵공갈을 해올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안보부담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고 볼수도 있다.
핵문제가 타결된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버티는 외교}와 우리의{서두른 외교}를 한번쯤 비교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미국에 절대 의존하는외교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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