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북핵양보 진짜 몰랐다

입력 1994-10-15 00:00:00

이번 북미협상에서 노출된 한국측의 대미항의차원 언행들에 관해서 많은 제네바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정상적인 경로와 관례}를 무시한 국제화되지 못한모양새를 보였다고 지적하고 있다.물론 미국측의 지나친 양보기미를 사전에 눈치채고 김영삼대통령을 비롯해서당.정주요인사들이 사전포석측면에서 갖가지 발언들을 행했다고 보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들쭉날쭉하는 한국위정자들의 불안정한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그동안 외교채널 또는 공식루트를 통한 입장표방을 하여 미국으로 하여금 충분히 {한국주장}을 반영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았는데도 충격요법식 언론발표를 선택함으로써 한국관료뿐만 아니라 미국관료들마저 양국여론의 심판대의도마위에 올라 무참히 난도질을 당해야 하는 상황은 피차 감정의 앙금을 지우기가 어렵다.

한국측은 결과적으로 보면 다소 점잖치 못한 수순을 밟았지만 미국의 일방적유화자세에 경종을 울렸고 그에따른 양보수위를 어느정도 낮췄다는 실익을거둔 것은 사실이나 어디까지나 대국민여론을 겨냥한 의도적 제스처라는 의구심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여기서 지난해 12월중순 UR협상 {쌀개방}당시 우리협상대표단들의 행보를 떠올리지 않을수 없다. {쌀개방타결}직전까지 {개방불가}를 소리높이 외치면서은밀히 개방폭에 대한 물밑작업을 진행했으며 결과론적으로 쌀개방이 발표되면서 국민들의 대정부불신과 항의가 극치를 이루는 최악국면을 맞아야만 했었다.

거의 매일 만나 양국입장을 조율하듯했던 실무대표단들이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던 양보폭을 이미 오래전에 감지했으면서도 이로인한 국민여론과정부입지를 감안, 눌러뒀다가 막판단계에서 대미항의 제스처를 겸한 격렬한발언을 펼친후 새 중재안 마련을 겨냥했을 가능성은 높다.

{쌀개방}당시 협상 접근방법을 두고 수차례 다짐했던 정부의 대국민 공개협상자세가 여전히 진일보되지 않고 있는 우리정부 협상 현주소를 이번 파동에서 재차 확인할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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