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도덕 불감증

입력 1994-10-14 00:00:00

우린 도덕 불감증인가. 착하고 부지런한 백성이었는데 언제부터, 무엇이 우리를도덕 불감증 시민으로 추락시키고 있는지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팽배한 {황금만능}**1980년을 넘어서면서 학게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들의 가치관이나 의식구조를 조사하는 연구들이 많이 나왔다. 그때 우리사회는 경제성장이 일백억달러 수출목표를 달성했던 소위 {한강변의 기적}을 이룩했던 바로 직후였고한국의 경이로운 발전에 세계가 놀랐고 우리들은 국민적 긍지를 느꼈던 때였다.

그런데 그러한 성장속에서 우리의 십대 청소년의 가치관에 문제가 노출되고있다는 연구 발표들이 쏟아졌다. 연구결과의 경향을 종합하면 이렇다. 우리나라 십대 청소년들은 삶의 목표를 개인적 욕구의 충족에 두고 있고 성공은{돈}이라고 했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에젖어 있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했고 심지어 어른의 도덕적 가르침에 따르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쟁취하면 곧 정의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 당시 이러한 조사 결과는 교육계를 비롯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었다.그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점수 위주의 비정한 학교교육, 빗나간 정치풍토, 정책의 빈곤, 급진적 경제발전, 있는자와 배운자의 부도덕성 등등.**자기만 아는 미숙아**

교육계는 자성의 소리도 높았다. 학교는 있어도 교육은 없고 교사는 있어도스승은 없다고 자숙했다. 정부는 부모다운 부모로 성숙할 수 있도록 거국적으로 학교마다 {새마을 어머니교실}을 확대 운영토록 했다.그동안 청소년을 건전하게 육성하자는 많은 조직과 운동들이 끊임없이 전개되어 왔다. 어머니 주부들이 평생교육에 참여하여 지식과 교양을 그 어느 때보다 높이 쌓아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도덕불감증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 {야타족}도 있고 우리를 몸서리치게 한 {살인사건}{소녀인신매매 사건}{세무공무원부정 사건}등 그칠줄 모르고 쏟아져 나오고있다. 물론 우리는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의 황영조 선수도 가졌고 노동과 야학으로 미래를 불태우는 믿음직한 청년들도 많이 가졌다.

그러나 사리사욕에 휘말려 조그마한 유혹에도 헤어나지 못하는 도덕적심약자들이 생각보다 많고 자기밖에 모르는 비정하고 냉소적인 도덕적 미숙아들도많다. 이러한 청소년들을 성숙하게 정상적으로 키우지 못하는한 우리 각 가정은항상 불안하고 우리 사회는 국제적으로 패륜아로 낙인찍히게 되며 우리는 미래를포기하는 격이 된다.

**인간적 감수성 가져야**

이제 모두가 함께 각성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취할 때이다. 그리고 아주 쉬운일을 함께 실천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바로 도덕과 예의의 근본이 되는 {인간적 감수성}을 가지는 일이다. {남이야 어찌됐든}에서 철저히 벗어나 {남이어디가 아픈가, 남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생각하고 느끼는 일이다.교육계는 살벌하고 배타적인 교육제도를 바꾸고 정치계는 당리당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를 실제로 개척해내는 크고작은 조직의 지도자들을 물색해야한다. 지식많은 교사쪽보다 인간교육을 하는 교사를 택해야 마땅하다. 결혼할사람에게 교육을 받도록 하고 부모의 자격을 인정하는 제도를 시작해 볼만한일이다.

마침 청소년을 잘 육성하자는 정부차원의 {청소년육성위원회}가 10일 결성되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교육부, 문화체육부, 보사부, 공보처장관들이 각각방안을 내놓았다. 민간차원에서도 지난 13일 각계 원로및 지식인들을 규합하여 {신사회 공동선(공동선) 운동연합}을 조직하였다. 이들이 제시한 방안들이그동안 시행되기도 했고 거론된 내용들이었다.

정부나 민간단체 차원에서 벌리는 운동은 흔히 전시용이나 임시미봉책으로그쳤던 경우도 있어 이번만은 모든 국민이 청소년들의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을때까지 그 운동이나 대책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우리 모두가 남을생각하는 작은 일의 시작이 바로 도덕불감증을 예방하는 첩경임을 확인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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