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양궁 한국잔치

입력 1994-10-10 08:00:00

세노가와공원 양궁장은 9일도 한국의 독무대였다. 전날 여자개인전에서 한국선수들이 금은동을 싹쓸이한데 이어 이날 열린 남자개인결승에서도 한국선수끼리 맞붙었다.정재헌(21.대구중구청)과 박경모(20.인천제철), 바르셀로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의 대결이었다.

결승전은 {올림픽라운드}라는 선수들에게는 피말리는 방식. 올림픽라운드란선수들이 70m타깃을 놓고 번갈아 각 한발씩 쏘아 모두 12발로 승부를 가리는녹다운제다.

6발까지 쏘았을때 양선수 모두 10점만점을 4차례나 명중시켜 스코어는 58대58.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계속됐다.

9발이 끝났을때는 87대86으로 정의 우세. 10발째는 10대10, 11발째는 10대9로 박의 우세. 결국 마지막 1발을 남겨놓았을 때 둘다 106대106으로 동률이었다.

먼저 박경모의 차례. 세노가와양궁장은 긴박감 넘치는 승부앞에 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박은 크게 긴장한듯 조준했다 다시 활을 내려놓으며 심호흡을 했다. 이어 박의 화살이 시위를 떠나자 10점타깃을 꿰뚫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않는 대선수다운 면모였다.

반면 정재헌은 막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8점을 맞추고 말았다. 116대114로박경모가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정재헌은 1년후배 박을 껴안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박과 정은 기자회견에서 후회없이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선수끼리 펼친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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