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값진황영조 마라톤우승

입력 1994-10-10 08:00:00

마라톤의 우승은 여러가지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선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인간의 승리라는 점에서 그렇고 스포츠의 꽃이어서 다른 종목의 우승보다 더욱 값진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이번 황영조의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승리는 재일교포에게 큰 영광이 되고, 또 2차대전때 히로시마 원폭으로 죽은 우리 교민의 원혼을 달래주는 것이라는데서 더욱 빛나는 것이다.지난 58년 동경아시안게임때 이창훈선수가 우승했을때도 일본에서 설움을 받던 우리교민에게 큰 위안이 되었듯이 이번 우승 역시 그러했다는 것이다. 특히 황선수는 기자회견에서 달리면서도 히로시마 원폭피해자를 생각했고 또 우승의 영광도 우리 국민과 원폭피해자에 바친다고 하여 그 의미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더욱이 이번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은 일본이 우리를 제치고 2위를 하기 위해온갖 잔꾀를 쓰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자존심인 마라톤에서는 코스를일부러 편도로 하는등 여러가지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한 온갖 책동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승과 동메달을 땄기에 더욱 감동적이고 영광스런 것이다.또한 마라톤은 고독한 42.195KM를 달리는 장거리 경주이므로 더욱 자신과의싸움이 되는 것이며 그래서 인간의 승리로 평가되는 것이다. 여기에도 단순한승리이상의 뜻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식이요법, 훈련스케줄, 체력관리 등 스포츠의 과학화가 어느정도 이뤄졌느냐에 직결되고, 이는 다시 우리국력의 선진화의 상징이 되기때문이다. 물론 심폐기능이 뛰어난 상태로 태어난데다 자맥질 등으로 그 기능이 강화된 점도 있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코오롱의 정봉수감독같은훌륭한 지도자의 조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여기에는 물리학의학 등 우리의 기술수준이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이번 우승을 단순한 우승으로만 치부해버려서는 안된다. 마라톤이 인내와의 싸움이듯, 그러한 극기심을 국민 모두가 귀감으로 삼아야하며 또한 민족적 자긍심과 동시에 구심점으로 삼아 국운상승에 이바지할수 있는 계기로 승화시킬수 있어야 진정한 우승의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다.사실 우리는 일제36년의 치욕등 패배의식에 젖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부정적의식을 털고 떳떳이 발전에 모두가 나서는,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국민으로 나가는 계기를 만들어야한다. 전 일본의 프로야구가 일본도약의정신적 계기를 만들어 주었듯이 우리도 그러한 계기를 스포츠를 통해서도 이룰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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