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공범의 유대관계

입력 1994-10-06 00:00:00

우리는 오랜 중앙집권의 논리로부터 지방자치의 논리를 실현하고 있다. 1991년에 지방의회를 구성하였고,내년 6월에는 도지사, 시장,군수를 우리 손으로뽑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지방정치의 부활은 물론 지방경제.지방금융.지방교육.지방문화의 시대가 뒤따를 것이다.지금까지는 중앙정부의 행정을 도가 도급하고, 이를 다시 시.군이 2차로 하도급 하는 체제가 계속되어 왔다. 중앙은 첨단행정, 시.군은 말단행정이란 구도였다. 그러나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구도이다. 행정이란 소비자인 주민을왕으로 섬기는 최대의 서비스 산업이다. 따라서 주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가깝게 접촉하는 시.군이야말로 최첨단 행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동안 앞뒤가 뒤바뀐 체제에서 주민만 무시되어 왔다.중앙의 지방무시, 지방의 자기비하라는 공범관계로 하도급 구조를 형성, 소비자인 주민만 부실시공의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 공범이기 때 문에 중앙을 비난하고 공격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방에도 큰 책임 이 있다.맞이할 지방의 시대에는 무엇보다도 공범의 유대관계를 단절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방이 첨단행정의 선두에 서서 중앙정부의 변혁을 강요해 나가는 길 밖에 없다. 이것은 지방의 입장에서는 당장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공범관계를 단절하고 홀로서기 위해서는 중앙의존에서 탈피하고 자치단체스스로가 선두에 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 스스로의 발상의 전환과 주민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앞으로는 중앙정부도 정책메뉴에따라서는 지방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다.지방은 사양하지 말고 자신의체력증강과 중앙정부의 감량화에 공헌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여 중앙정부에 제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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