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좋은{신용사회}애꿎은 시민만 피해

입력 1994-09-23 08:00:00

삼정기계 소윤오사장(42) 부부등 5명을 납치, 무참히 살해한 연쇄납치 살해범들은 부유층 고객 1천2백명의 명단이 적힌 컴퓨터자료를 입수, 추가범행을계획한 것으로 드러나 자칫 무고한 시민들이 이들에 의해 영문도 모른채 희생됐을 뻔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경악감을 더하고 있다.경찰조사결과, 이들 일당은 A3용지 30매에 주소와 전화번호, 거래액까지 기록된 1천2백여명의 고객 자료를 확보하고 1차 범행대상자에는 별도의 표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통업체나 신용카드사로부터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나 백화점과 신용카드사로부터의 개인정보 유출은 그다지 어렵지않다는 점에서 수사가 일단락돼도 불특정 부유층을 상대로한 범죄가 발생할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실정이다.

백화점과 신용카드사 관계자들은 [우수고객 명단은 쉽게 외부로 유출될 수있으며 이 명단이 범죄집단과 연계된 전문 브로커에게 넘겨질 경우, 충분히범행에 이용될 수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

이들 전문 브로커들은 개인정보를 입수한 뒤 각종 선거때나 연말에 선물공세를 펴려는 업체나 정치인, 신상품 소개서를 가정집에 보내려는 특정업체등에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받고 자료를 넘겨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범죄자들이 거액을 주면서 자료를 요구할 경우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16개사 백화점이 보유하고 있는 백화점카드회원은 대략 2백50만명 정도로 이중 1년에 1회 이상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은20%정도인 50만명선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50만명에 대한 주소, 전화번호, 사용금액 등 상세한 자료는 백화점 전산실 컴퓨터에 저장돼 있어 직접 컴퓨터를 조작하는 전산실과 고객들의 자료를 근거로 각종 홍보및 판촉물을 보내는 신용판매부 및 판촉부의 일부 직원들은 마음만 먹으면 고객에 관한 정보를 쉽게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현재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전체회원은 2천만명 정도로 이중 실제로 카드를사용하는 고객은 20%정도인 4백만명에 이른다.

신용카드사들은 이들 실제 회원들에게 매달 대금 청구서와 광고물을 직접 또는 발송업체를 통해 보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관련 정보는 쉽게 외부에노출될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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