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벼랑 탈출

입력 1994-09-17 12:23:00

끝을 모르고 파국으로 치닫던 신민당의 내분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전당대회를 내년 3월로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양순직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비주류측이 제안한 이 안에 대해 김동길 박찬종 공동대표등 주류측은 수용의사를 밝혔다. 가닥이 잡힌 것이다.신민당은 16일오전 당무회의개최가 무산된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주류측이 전대 내년3월 연기, 최고위원회의 합의제 도입, 그리고 주류측 일색으로 구성된 당무위원 개편등 3개 제안을 했다. 주류측도 이 제안을 어느정도수용하는 기색을 보였고 이날 저녁에 회동을 가진 김, 박대표와 양최고등 3자모임에서 앞의 두가지 제안에 합의를 보았다. 당무위원개편 건은 주류측의 난색표명으로 무산됐다. 비주류측은 이에 대해 양해를 한것으로 알려졌다.비주류측은 전대연기 외에도 현재 협의제로 운영되고 있는 최고위원회의를만장일치 형태의 전원 합의제로 변경시켜 내년3월까지 당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주류와 비주류간에 서로 적절한 합의점을 찾을수 있었던 것은 당권을둘러싸고 벌어진 치열한 물밑싸움에서 어느쪽도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과 설사 어느 한쪽이 이기더라도 진쪽에서 이를 수용할 태세가 돼있지 않아 당이 벼랑끝을 향해 달려가는 인상을 심어주었기때문이다.신민당은 이같은 주류 비주류간의 합의내용을 17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당무회의에서 추인했다. 일단 신민당내부의 잡음을 잠재우는 효과는 거두었다. 그러나 이것도 당분간일 뿐이다. 내년 3월에 경선제등을 도입한 전당대회를 개최,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한다는 합의내용으로 볼때 지금부터 당권을 둘러싼 대의원확보와 전국 147개에 이르는 지구당위원장의 포섭작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당이 일단 급한 불을 껐다고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는 곳곳에산적해 있다. 국민당과 신정당의 통합으로 인해 중복된 지구당의 개편이란 난제가 있다. 또한 양측 서로 불신감만 조장한 야권통합문제도 신민당이 해결해야할 과제중의 하나다. 주류, 비주류 양쪽 모두 [물건너 간것은 아니다. 언제나 통합의 문은 열려있다]고 통합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당분간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 통합을 위한 당내창구를 만들고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조만간에 야권통합이 이뤄질 공산은 그만큼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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