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나무꾼 자식과 육아휴직

입력 1994-09-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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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아버지역할**요즈음 우리사회는 가정에서 아버지의 {자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여론에 대해 공감과 함께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아버지의 자리가 작아진다는 것은 아버지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그가 차지하는 가정에서의 역할이 그만큼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사회에서 직장을 가진 대부분의 남성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 집에 온다. 그만큼 일이 많은 것이다. 하루종일 눈코 뜰새없이 일에 시달려 힘이 들다보면 스트레스를 푼다는 구실로 늦은 퇴근후에 한잔하게되고, 결과적으로 남성들의 귀가는 더욱 늦어지게 된다.

결국 그들이 집에 가서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는 일뿐이다. 일과 술로 피곤해질대로 피곤해진 몸을 쉬기도 해야겠지만, 시간적으로도 자는 일 말고는달리 아무일도 할수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가족과의 대화란 생각해볼 수없다. 특히 어린자녀의 경우 아버지와의 대화는 커녕 2, 3일씩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하여 졸지에 {나무꾼의 자식}이 되기도 한다.

**얼굴도 못보는 지경**

옛날 나무꾼은 새벽에 아이가 깨기전에 나무하러 갔다가 하루종일 나무를 베어 장에 내다팔고 다시 20-30리길을 걸어 집에 돌아온다. 이럴때 아이는 언제나 잠들어 있기때문에 아비의 얼굴을 며칠씩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이러한 극단적인 경우는 모든 아버지에게 항상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그러나 우리사회의 대부분의 아버지는 최소한 몇번씩은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날 자녀에 관한 모든 문제는 거의 어머니의 책임이 되어가고 있다.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전담하여 키우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부모가 해야할 일은 낳는 일만으론 그치지 않는다. 낳는 것보다 더 중요한일은 {기르는 일}이다. 아이가 자라서 한사람의 몫을 제대로 해낼수 있도록부모는 낳는 순간부터 온힘을 기울여 아이를 기른다. 만일 이 과정에서 자녀를 키우는 일에 대한 아버지의 정성과 관심이 빠진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비해 자녀의 성장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사회 문제가되고있는 청소년비행도 균형을 잃은 가정교육과 실종된 아버지의 역할에서그 가장 큰 원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에 노동부에서 맞벌이 부부의 경우 부부중 한쪽이 선택적으로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골자로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정기국회에 상정하기로 한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공무원의 경우는 이미 공무원법을 개정하여 내년부터 남녀 모두에게 육아휴직이 허용된다고 한다. 상정될 개정안에 의하면 아내가 자기의 일로 인하여 육아휴직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남편이 육아를 위한 휴직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물론 여성의 취업확대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지만 부모가 아이 출생후 만1살이 될때까지는 아이를 남의손에 맡기지 않고 둘중에 한 사람이 아이를 기르는데 온 정성을 쏟을 수 있게한다는 점에서 이 법은 정말 환영할 만한 것이다.

**기르는 일의 중요성**

얼마전 사회복지의 천국으로 알려진 북유럽의 어느나라에선가 육아휴가(1년으로 기억)를 받은 젊은 남성들이 공원에서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부럽게 생각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 비슷한 내용을 가진 법이 국회에 상정된다니 반갑지 않을수 없다.

육아를 위하여 직장도 쉬고 집에서 아이를 길러본 경험을 가진 아버지는 아이의 성장과 가정에서의 아내의 역할에 상대적으로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과 애정은 그로하여금 어떠한 경우에도가정에서의 자기역할을 포기하지 않도록 할 가능성 또한 높다. 이런 사람에게는 일이 많다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을 포기하는 구실이 되지 않을 것이다.이번 조처가 긴 안목으로 우리시대에 실종되어가는 아버지의 역할을 되찾는계기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점에서 이번 조처를 앞으로 이사회를 이끌어갈 우리의 아이들이 균형있는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랄수 있는법적 보완조처로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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