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뚫린 세정

입력 1994-09-1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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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직할시 북구청의 지방세횡령사건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세무과의 하위직원 몇이 작당해서 2억-3억원정도를 챙긴, 자주 보아온 공무원비리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이번 사건이 수사가 진전되면서 착복액수도 크게 늘어난 것은 말할것도 없고 1천3백30여억원어치의 납세필 영수증철이몽땅 증발된 것으로 밝혀져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현재까지 밝혀진 착복액수도 8억원대로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일당중에 달아난 공범들을 잡으면 착복한 세금은 1백억대가 될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는데 전례없는 엄청난 공무원횡령사건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이번 사건을 저지른 공무원들은 계장급이하부터 최하위직인 9급까지 말단들인데 이들은 횡령한 세금을 가지고 부동산투기도 해서 아파트를 여러채 소유하는등 수십억원대의 축재를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위직 공무원들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세금을 횡령해 축재까지 할수있었던 것은 현재의 세금징수방법이 매우 허술한 때문이란 지적이다.이번에 드러난 착복수법에서 볼수있듯이 가짜영수증을 납세자에게 발부해주고 수납대장엔 세금을 낸 것처럼 허위기재해 왔는데 각 자치단체마다 지방세종류와 징수건수가 엄청나게 많아 감사가 있어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넘어가기때문에 마음놓고 횡령할 수 있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이번에 사건이 터진 인천북구청의 경우 연간 2백30만건이나 되는 13종의 지방세 징수업무를 취급하고 있는데 아직 전산화가 돼 있지 않아 수작업으로 이를 점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일단 징수처리된 업무에 대해선 확인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관계공무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고를 자기의 호주머니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러한 허점을 개선하고 이번 사건과 같은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하루빨리 수납업무의 전산화와 세목별로 철저한 수납관리체계를 갖추어야할것이다. 이번 사건을 과연 인천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냐는 의문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같은 수납체계라면 유사한 비리가 어디에도 잠복해있든지 불거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볼수 있다.

이같은 우려스런 개연성을 인식했음인지 나무부는 어제 지방세영수증위조등비리색출을 각시.도에 긴급지시하고 경기도 성남시와 대전시 대덕구에 대한지방세징수업무의 표본감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한번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의 행정을 보여주는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다. 당황스런 모습을 보이면서 허둥대는 사건수습보다는 앞서 지적한것 같은 수납업무의 조속한 전산화등근본적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차분한 수습으로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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