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작은오빠는 그랬다. 부모의 속을 썩이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늘 명토를 박아 말씀하시곤 했다. 우리 성우 같으면 자식이 백이 있어도 아무 걱정이 없겠다고. 대학 시험에 떨어졌을 때도 자신의 괴로움보다 오히려 상심해 있을 부모를 더 걱정하던 오빠였다.작은오빠의 불합격은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오빠의 불합격 소식을 들었을때, 나는 믿어지지 않았다. 꼭 나를 골려 주려고 일부러 속이는 것만 같았었다. 하도 미심쩍어서 내가 직접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봤을 정도였다.나는 작은 오빠만은 대한민국 어느 대학이든 느끈히 합격될 줄 알았었다.오빠는 옆도 안 돌아보고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었고, 또 그만한 실력도 갖추고있었다.
[운이 안 따라 준 거야. 난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오빠가 떨어질 줄 알았어.오빠가 시험치러 가던 날 꿈을 꾸었거든. 함께 시골 할아버지 댁엘 갔을땐데 오빠랑 나랑 뒷산 언덕배기에서 연을 날렸어.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어연실이 끊어진 거야. 그래서 연이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걸렸어. 오빠가 연을 가지러 그나무 위로 올라갔어. 나는 겁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고... 근데오빠가 연을 잡으려고 그러는데 그만 나뭇가지가 찌지직 하고 부러졌어. 그바람에 오빠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지 뭐야. 꿈을 깨고 나서 얼마나 기분 나빴다고.]
나는 머쓱해 하는 오빠를 위로해 주려고 그렇게 엉너리를 쳤다. 그건 사실이었다.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실제로 나는 그런 꿈을 꾸었고, 깨고 나서 기분이 몹시 나빴었다. 그때, 잠자코 다 듣고 난 작은오빠가 말했었다.[난 꿈 같은 건 안 믿어. 실력이 모자라서 떨어진 거야. 미안하다. 너한테실망을 안겨 줘서. 하지만 난 최선을 다했어.]
내가 작은 오빠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런점에 있었다. 오빠는 결코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서 변명하거나 우기는 일이 없었다. 상대가도리어 무안해질 정도로 깨끗이 승복하는 미덕을, 작은오빠는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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