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불법정의 감회

입력 1994-09-08 13:05:00

6일 오후2시(한국시각 오후9시) 파리시내 시테섬 노트르담성당 부근에 위치한 파리법원 항소심 재판정.정명훈씨 사건을 심리하는 이곳은 지난번 1심에서 패소한 파리국립오페라측이 항소를 제기, 3명의 판사들이 입장하기전 양측 변호사들이 서로 자신들의입장을 설명하고 있고 방청석엔 1백50명가량의 관객들이 재판과정을 지켜보려고 입추의 여지없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날 방청객들은 한국특파원및 프랑스보도진 20여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오페라단원들과 일반 시민들이었다. 부근이 관광지역인 탓으로 정씨사건에 관심을 지닌 영국.독일등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간혹 보였다.

모두가 {정씨지지}의 열성팬들이다.

이날 재판은 한때 양측변호사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어 이를 지켜본 정씨를성원하는 방청객들은 오페라측 변호인단들을 향해 험담과 비난을 늘어놓기시작했다.

재판정 좌측에 있는 밀실(이곳에서 양측변호인단은 이견해소를 위한 대화시간을 가짐)에서 1시간이 지난후 정씨의부인 구순열씨가 미소를 머금은 모습을보이자 일제히 방청석은 환호열기에 휩싸였다. 구씨는 오페라측이 항소를 취하해 재판이 오늘로서 끝날것 같다는 소식을 전한후 남편의 명예회복을 찾는방안을 놓고 현재 쌍방변호사들이 접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5분이 채 못돼 쌍방변호사 4명이 방청석 첫줄 자신들의 좌석에 앉으면서 양측 주장의 타결이 가능해졌고 이를 재판장인 비올레트 아느누판사 앞에서 개진, 최종판결의 순간을 기다리는 절차만 남게된 것이다.

곧이어 아느누판사와 다른 두명의 배심판사가 입정, 양측변호사주장을 청취한 후 곧바로 판결을 내렸다. 5분도 채 못되는 시간이었다.이제는 제발 예술인들에게 정치권력이 기웃거리지 않는 진정한 문화창달풍토가 정착됐으면하는 정씨 발언을 들은 근엄한 용모의 중년여인 아느누판사 안색엔 생기가 돌았다. 그러나 행정부의 부당한 독주에 어느정도 제동을 걸고프랑스양심계층의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사법부 위상을 확인하는 순간이면서도결국 오페라와 결별하게된 정씨의 무거운 발걸음은 {보이지 않는 벽}이 이나라에 잔존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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