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미허리춤 잡는 한외무

입력 1994-09-08 00:00:00

외모에서 풍기는대로 관료라기보다는 학자요, 권위보다는 토론을 즐기고 숨기기보다는 가능한한 사실을 얘기하려는 것같아 호감이 가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대북보수강경 목소리가 만만찮은 정부내에서 끝까지 온건노선을 견지, 고군분투한다는 점에서 동정이 가기도 한다.하지만 장관 취임후 20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북핵과 관련한 대미외교를 지켜보노라면 아쉬움이 적지않다. 특히 이번 그의 미국나들이는 다소 한심한 생각까지 든다.

이같은 한장관의 외교정책에 대한 아쉬움은 8일 아침 워싱턴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가진 주미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불쑥 불거졌다. 한 특파원이다소 맹랑한 푸념성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한장관께서는 취임후 미국을 무려 6번이나 방문했습니다. 심지어 지난 2월에는 같은 주에 두번이나 워싱턴을 찾았습니다.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북한의핵문제가 발등의 불이 아닙니다. 아마도 미국의 주요 외교현안중 북한의 핵문제는 10번째 안에도 안들어갈 것입니다. 일국의 외무장관이 값없이 툭하면남의 나라에 찾아오니(무슨 세미나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 미국의 허리춤을 잡고 혼자가지 말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이에대한 한장관의 답변처럼 {북핵문제가 미국에게 중요하든 않든 우리에게는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현안}이기때문에 필요하다면 매일 미국에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방미에서도 나타났듯이 북한이 최근 대남비방에 극성을 부리는등 우리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니 (북한이 남북대화에 불응하면) 미국도 북한과 대화나 관계개선을 서둘지 말라는 그의 {허리춤 잡는}외교는 국제사회에서 보면 꼴불견이다. 물론 국내에서 워낙 비난이 거세어 국내여론 무마를 위해 미국을 찾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

한장관은 지난 6월 카터의 방북소식에 현실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의 속임수에 놀아날지 모른다고 우려했고 최근 워싱턴에서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 김정일등 3자가 평화회담을 갖는게 어떻겠느냐는 제의에 대해서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구상}이라고 일축했다. 아무 근거도 없는 감정적대답이란 인상이다.

외교가서는 북한을 개방사회로 끌어내려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발목이나 걸지말고 좀더 {통큰외교}를 할 수 없을까하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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