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행정구역개편안 어떻게 요리하나

입력 1994-09-07 22:59:00

우여곡절끝에 2단계 행정구역개편안이 내무부의 손을 떠나 민자당으로 넘어감으로써 당정간의 공론화단계로 접어들었다.그동안 갖가지 찬반양론이 대립하면서 우왕좌왕하던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이제 구체적인 시안을 놓고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최형우내무장관은 5일 민자당사로 이세기정책위의장을 방문, 내무부 시안을전달하면서 당이 이제 전적으로 알아서 안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자리에서 옥동자를 낳든지, 유산을 하든지 모든 것은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했다.

따라서 해당지역이 요청한 개편방안들을 정부가 종합, 3-4개의 시안으로 만드는 단계에서 이제는 당이 주도적으로 나서 단일안을 정하는 국면을 맞게된셈이다.

그동안 행정구역개편 추진과정에서 소외됐다가 전적인 선택권을 부여받게 된민자당은 이에 따라 금주말이나 내주초까지 복수안으로 된 내무부 시안중 하나를 골라 내무부와 당정회의를 갖고 최종안을 확정하는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그러나 행정구역개편의 작업주체가 내무부에서 민자당으로 옮겨졌음에도 시안을 받아든 민자당 당직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있는 사안에 대해 단일안을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과 반대세력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우선 당내외의 여론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할지를 놓고 고민에 휩싸여 있다.

이의장은 최장관으로부터 시안을 건네받은 직후 여론수렴방법은 백남치실장이 검토중이라고 얼버무렸고, 백실장은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공청회를 열자니 찬반양론이 대립, 공감대를 찾기 어려울게 뻔하고 그렇다고간담회수준으로 격을 낮춰 한팀씩 불러다 의견을 들을 경우 {모양갖추기}에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6일 오전 열린 민자당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취급됐다. 이날 회의에서 내려진 결론은 일단 7일 당무회의에서 난상토론을 벌이고 9일로 예정된 정기국회대비 세미나에서 소속의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밟자는 것.

이것도 모자라면 해당지역 의원들과 각각 간담회를 갖는 방법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7일 열리는 당무회의는 당론을 모으기 위한 첫번째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무위원 개편으로 각 시도지부 위원장이 당연직으로 당무회의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무회의에 참석하는 김봉조경남도지부위원장등 경남지역의원들이 지역재정문제등을 들어 울산의 직할시승격에 강력히 반대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수렴절차에도 불구하고 당안은 사실상 이미 방향이 잡혀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박관용비서실장이 주선했던 당정회의에서 부산 대구인천직할시는 당초 계획보다 다소 축소해 광역화하고 울산의 직할시승격은 그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자당이 현재 진행중인 의견수렴과정은 그동안 추진과정에서 소외됐던 당의 체면을 살리고 의원들의 반대를 흡수하기 위한, 다각적인 보석이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계인 백정조실장은 사실 의견수렴과정이라기 보다는 설득과정이라고 보는게 맞다고 실토했다. 겉으로는 공론화과정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확정단계라는 얘기다.

그러나 민자당내에는 당지도부를 중심으로 이와는 상반된 미묘한 분위기가감지되고 있다. 이세기정책위의장은 최장관으로부터 시안을 건네받으며 서둘지 말자는 말을 몇번이나 강조했다.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반발을 극소화할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단적으로 울산의 직할시승격문제만 하더라도 당내 울산시.군 출신의원은 3명이지만 경남의원은 18명이나 되기 때문에 공개토론에 부칠 경우 경남지역의목소리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2단계 행정구역 개편은 여권핵심부의 당초 의도와는 다른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도 아직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다. 반대의원이 더 많을 경우 울산의 직할시승격을 그대로 밀어붙이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결국 2단계 행정구역 개편안은 이제 선택권을 쥔 민자당의 당내 여론수렴과정에서 개편의 방향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주에 열리게 될 내무부와의 당정협의도 결국 당론이 어느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될지, 아니면 추진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2라운드의 신경전이 펼쳐질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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