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문화 선진국

입력 1994-09-02 08:00:00

문화선진국이란 보다 많은 외국 사람들이 찾는 나라를 말한다. 세계 관광객수는 연간 4억8천만명 가량되는데, 이 가운데 유럽을 찾는 관광객수가 60.4%, 미대륙이 21.4%,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이 12.2%, 아프리카가 3.5%, 중동이 1.5%,남아시아가 0.7%의 순이다.연간 외국 관광객수를 나라별로 보면 프랑스(5천5백70만), 미국(4천7백만),스페인(3천5백30만), 이탈리아(2천6백80만), 헝가리(2천1백80만), 영국(1천8백만)등의 순이다.

우리나라도 1994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 외국 관광객 4백만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7월말 현재 겨우 2백만이 입국해 4백만의 목표조차도 못이룰 것이라고 한다.

**불친절의 극치**

이같은 숫자는 인구가 우리의 16분의1밖에 안되는 싱가포르의 6백만, 2.4분의 1밖에 안되는 말레이시아의 7백40만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흔히들 외국관광객이 저조한 이유로 불친절하고 서비스 나쁘고 입국이 까다롭고 팁이 터무니 없이 비싸고 택시의 횡포가 극심하며 불결하고 관광 상품개발에 소홀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한마디로 볼 거리, 먹을 거리, 즐길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다고 볼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문화선진국 즉, 관광대국의 기준은 그나라 공원이나 관광지에 설치된 화장실이 얼마나 청결히 유지되느냐에 있다고 한 어느 외국인의 말을 잊을 수 없다.

**비위생적 화장실**

최근 관광관계 세미나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전국 지정 관광지와 국립공원에 설치된 9백51개의 공중 화장실중 상당수가 비위생적이고 이용에 불편할 정도로 협소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금년 여름 우연한 기회에 유명한 사찰의 하나인 통도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은 악취는 물론 날파리들까지 끓고 있어 아직도 화장실 문화에 관한한 후진국임을 실감케했다.

그러므로 문화선진국 즉 외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전국 관광지와 국립공원은 물론 사찰등의 명소에 이르기까지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 화장실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우리나라는 아직도 수세식 화장실 비율이 도시는 42%, 농어촌은 15%로 특히농어촌의 화장실 실태는 매우 열악한 편이다.

도시에서도 화장실 사정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보면 매우 미개하다. 선진국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에는 반드시 쾌적하고 편안한 화장실이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대의 쇼핑몰이라고 할 수 있는 남대문, 동대문 시장,이태원상가를 가보아도 화장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화장실을 찾더라도 필경 자물쇠가 채워져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허술한 시설과 악취 때문에 선뜻 발을 들여 놓을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필자는 가끔 가다 외국인이 길거리를 서성거리는 것을 보면, 화장실을 못찾아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기야 내국인도 화장실을 찾기가 힘들고혹시 화장실을 찾았다 할지라도 불결하여 사용을 꺼리는데 외국인이야 오죽하겠는가.

**{쾌적공간} 만들어야**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화장실이란 그날의 끼니를 챙겨먹는 일보다 더욱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구에서 화장실 문화가 정착된 것은 19세기말 수세식 화장실이 생겨나면서부터이다. 미국같은 선진국의 가정을 방문해서 화장실에 들어서면 화장실과샤워장은 완전히 차단되어 있고 화장실 바닥은 물기하나 없이 카펫으로 단장되어 있고 꽃이 놓여있으며 그리고 몇권의 책이 놓여있음을 발견하게 된다.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인생의 거의 2-4년을 화장실에서 보낸다고 한다. 이같이 중요한 공간이 화장실이라고 한다면 그곳은 음산하거나 더러운 공간이아니라 아주 쾌적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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