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카스트로 {인질외교}에 농락

입력 1994-09-01 08:00:00

헤밍웨이가 한 늙은 쿠바 어부를 주인공으로 그린 {노인과 바다}를 써서 퓰리처 상을 탄 해가 1954년. 당시 쿠바는 바티스타 정권이 썩어 말기 증상을보이기 시작한 때였다. 결국 바티스타 대통령은 1959년 33세된 게릴라 두목피델 카스트로가 이끈 혁명군에게 쫓겨났고 미국 뒷마당격인 중남미에 사상최초로 공산정권이 수립되었다.최근들어 쿠바가 수많은 자국민들의 탈출을 방조하면서 이를 이용, 미국과의외교관계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하고 있다.

북한이 핵문제로 대미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 했던 북핵카드처럼말이다.

지금 쿠바를 빠져 나오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천여명씩, 물에 뜨는 것이라면아무것이나 타고 미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정이 공해상에서 구조한 쿠바인 만도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 당황한 클린턴 대통령이 쿠바인 정치망명 인정을 더 이상 할수 없고 미국체류도 허가하지 않는다고 가로 막고나섰다. 이에 따라 미국입국을 하려던 쿠바인들을 쿠바내 관타나모 미해군기지에 임시 수용소를 만들어 가둬 두었다가 쿠바로 송환할 방침이다. 1만4천명이 지금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다.

1980년에도 쿠바인들이 떼지어 도망나와 그해 여름에 미국이 망명을 허가해준 사람이 무려 12만5천명이나 되었고 여기에는 많은 죄수들과 흉악범들까지끼어 있었다. {마리엘 대탈주}로 불린 이 사건은 당시 경제불황에 허덕이던미국을 골탕먹이려고 카스트로가 마리엘 항구를 개방하여 국외탈주를 허용하여 생긴 것이다. 그 결과로 쿠바가 얻은 소득이 미국과 1년에 두번 공식 실무접촉을 하여 이민문제를 협의하는 제도인데 이것이 대미 공식접촉 창구인 셈이다.

이번에 카스트로가 노리고 있는 것은 탈출자를 볼모로 한 인질외교다. 인질외교에 대한 쿠바의 요구도 적지않다. 쿠바 유엔대사 페르난도 레미레즈는[35년간 계속되는 쿠바에 대한 경제봉쇄를 풀 것,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반환할것, 반 카스트로 모략방송을 중지할 것]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미국과 관계개선을 위한 포괄적 협상을 제의했다. 다급해진 미국이 [이민문제만 의제로삼는다]는 조건을 붙여 협상에 응할 뜻을 밝혔다. 북한이 핵 카드로 대미협상 물꼬를 튼 것이라면 쿠바는 인질외교로 대미교섭에 임하고 있다. 일종의북한 신드롬이다.

카스트로가 [베트남과 수교하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도 협상을 하는미국이 왜 우리는 기피하는가]라고 대든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방법까지도 일괄타결로 북-미 협상과 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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