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전문가 회담 전망

입력 1994-09-01 00:00:00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전문가회담이 오는 10일 평양과 베를린에서 열기로 결정된 것은 시기와 장소에서부터 큰 의미가 있다.그동안 북한과 미국은 뉴욕에서 수차례 접촉을 가졌으나 시기와 장소는 물론당초 4개분야로 계획했던 회담의 분야 축소 조정문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이견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선 북한은 지난 13일 제네바 회담성사때 약속했던대로 4개분야중 한 분야는 평양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선뜻 수락을 했으나 회담시기에 대해서는 은근하지만 끈질기게 오는 9일 {9.9절}전후로 미루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당초 미국은 오는 23일 제네바 본회담을 앞두고 예비회담에서 어느정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늦어도 9월5일전에 회담을 열기를 바랐으나북한이 끝내 이를 거부하자 결국 10일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측이 이번 회담을 김정일 정권의 출범과 함께 대미관계가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는 것을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선전하려는저의가 깊숙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이번 평양 수교회담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과 원수지간으로 지내온북한으로서는 [미국 대표가 평양까지 찾아와 외교관계 수립을 요청하고 있다]고 대국민 선전을 할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또 장소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독일의 베를린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두가지분석이 있다.

그 하나는 독일이 비교적 양국이 정치적으로 거북하지 않는 중간적인 입장에있는데다 분단을 극복한 나라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으며 서방선진 7개국의하나라는 점에서 앞으로 대북경수로 지원에 G7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내려는북한과 미국의 저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현재 한국이 주장하고 있는 한국형 경수로를 북한이 거부하고 있고북한이 바라는 러시아형 경수로도 한국정부가 ??억5천만달러라는 거액의 대러시아 현금차관을 상환포기를 거부할 경우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제3단계의 대안으로 돈이 많이 들지만 성능이 우수한 독일형 경수로를 도입할 가능성에 대비, 베를린을 택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에 대해 북한측은 [독일형 경수로 도입의사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베를린은 항공편과 통신편(미국등 타지역의 경우 평양측과의통신연락이 여의치 않다는게 북한의 주장)이 편하고 무엇보다 옛 동독시절에사용한 현지 북한공관이 아직도 있어 사용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전문가 회담중 베를린에서 열릴 기술팀회담은 비록 당초 경수로, 대체에너지, 폐연료봉처리등 3개분야를 묶어 논의를 하게돼 상당한 관심을 끌고있다. 이 기술팀의 회담이 얼마나 진전되느냐에 따라 평양에서의 수교회담 진척도 달려있다.

기술팀의 대표는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수교팀은 미국측에서 토머스 하바드국무부 부차관보, 북한측에서는 허종본부대사가 대표가 될 것으로보인다.

문제는 이번 전문가 회담이 40억달러나 소요되는 대북경수로 지원문제등 숱한 난제가 첩첩이 쌓여있어 오는 23일 제네바 본회담의 진행과는 별도로 장기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경수로의 경우 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따라한국형이나 러시아형, 독일형등으로 결정된다.

바로 그 경수로가 2기에 40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 G7국의 지원을 받더라도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로서는 경수로가 건설되는 향후 10년내에 서둘러 남북통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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