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입지 이상..사실상 집단체제

입력 1994-08-29 00:00:00

중국의 전그침부총리겸 외교부장이 지난주 북한 내부가 뭔가 심상치 않다고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서 직설법을 쓴 것은 김정일체제의 공식출범이 지연됨에 따른 각국의 온갖 풍설에 이젠중국의 고위층까지 직접 나섬으로써 북한 내부갈등이 진행중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볼수 있다.전그침부총리는 일본 자민당의 미쓰즈카(삼총박)전 정조회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중국은 김정일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영도체제가 구축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공식선포를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심상치 않게 생각한다]고 밝혀 먼저 자신의 발언에 비중을 실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권력승계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통보를 받지 못해 진상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김일성사망후 북한에 대한 응축된 불쾌감을 표시함으로써 상대인 일본정객들을 의아하게까지 했다.전그침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한마디로 북한과 중국이 김일성사망후부터 뭔가 서로 다른 사이클로 상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이른바 {특수관계}란 국제사회의 평가와 달리 {긴밀한 협조체제}가 제대로이뤄지지 않아 북한의 온갖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어야 할 중국이 결정적인 시기, 결정적인 테마에 대해 통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사실이 중국외교의 최고 사령탑으로부터 알려진 것이다.

결국 북한 내부의 사정만 심상치 않은 것이 아니라 북한.중국관계도 심상치않게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북한쪽으로부터 때때로 {타락한 사회주의}라는 비난을 들어왔으며 중국 역시 김정일이외에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관점, 즉 북한 체제에 대해절대적인 지지가 아닌 상대적인 지지밖에 보낼 수 없었던 점이 북한과 중국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잠복돼 온것은 오래 전의 일.

문제는 이 모든 기본 요인들이 김일성의 사망, 즉 어려운 요소가 사라진것을계기로 백화재방식으로 표출되고 있고 북한.중국관계 자체가 광범위하게 이에 영향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한 정치소식통은 북한의 공식체제 출범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사실에대해 지난달 20일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김일성 1백일 애도기간이 끝나는 10월16일 이후에는 정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밝혀 일단 서방측의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 또는 노동당 창당기념일인 10월10일을 계기로 발표될 것이란 주장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 소식통은 10월16일 이후 발표될 김정일체제의 공고성 여부는 그가 노동당군사위원장을 맡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예측했다.

이 소식통의 이같은 예측근거는 당초 지난달의 정치국회의에서 김일성 1백일애도기간을 설정한 것부터가 김정일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평양은 이때부터 사실상 집단지도체제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단지도체제의 경우, 핵심권력을 장악할 사람은 반드시 군사위원장직이 필수라는 사실때문에 김정일이 이 직책을 맡느냐의 여부가 북한 정권의 향방을가늠할 기준이 된다는 것.

이 소식통은 김정일체제의 공식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 그의체제가 예상밖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뼈있는 분석을 했다.중국은 일단 전그침부총리의 계산된 발언을 끝으로 북한 내부사정에 관해서는 또다시 긴 침묵속으로 빠져들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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