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외양간을 고쳤는가

입력 1994-08-26 00:00:00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우리들의속담이 있다. 외양간을 고쳐보았자 이미소를 잃었으니 때가 늦었음을 설명한다. 그러나 뒤늦게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할일도 많다.{개구리 소년들}을 기억하는가. {개구리 소년들}을 찾자는 의지와 애절함이부모 마음마다, 학우들의 마음마다 가득했었는데 지금에 와선 미결의 과제로접어두고 기필코 찾아야 한다는 메아리는 저만큼 멀어져 갔다.**적당.운명론의 치부**

한국인들은 양은냄비처럼 곧잘 끓어 올랐다가 쉽게 식어버린다고 한다. 흥분하고 애통해하고 한때 뭉쳐 절규했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말끔히 잊어버린다는것이다. 좋게 이야기 하면 과거를 잊고 새롭게 적응하는 진취성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좋지 않게 평하면, 과거의 깊은 상처와 뼈아픈 자성마저 잊고 적절히 순응하며 살아가는 적당주의 내지는 운명론자로도 치부할 수 있다.{개구리 소년들}의 사건을 어느 가정의 운명으로 설명하거나 현대화 과정의병폐라고 접어 둘 수 없다. 또다시 이와같은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분석하고 개조하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외양간의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를 찾아내야 한다.

사실 {개구리 소년들}은 어느날 갑자기 증발한 것이 결코 아니다. 누군가가그들을 데려갔고 누군가가 그 장면을 보았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개구리 소년}이라고 전혀 인식하지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 사회의 병폐이자 고쳐야 할 외양간이다.이웃관계를 알아본 한 조사(알아봅시다-매일생활 그림뉴스, 8월15일자 매일신문)에 의하면 10명중 4명이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고 대답하고 있다.얼마나 대문을 꼭꼭 잠그고 가족끼리만 오손도손 열심히 살아가는가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아파트 거주자일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젊은 층일수록 그렇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알기로는 아파트 거주자들이 주택거주자보다 더 세련되고 더 잘 산다고 한다. 그렇다면 잘 살수록, 더배울수록, 더 젊은 층일수록 이웃을 모르고 살아간다고 설명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의 앞날이 걱정된다.

**함께 사는길 찾아야**

미래를 예견하는 석학들은 미래에는 분명히 비인간화의 요소가 내재할 것이며 사회가 인간화의 풍토를 조성하지 못할 때 갈등과 혼란이 갖가지 형태로조직사회를 병들게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부간에도 그러할 것이고 부모 자식간에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를 인간적인 관계로 조성하는 일이 교육의 중대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고이웃과 지역사회에 연민하고 봉사하는 인간교육이 산업 엘리트 양성에 버금가는 목표로 부상하고 있어 21세기 교육경쟁의 두가지 목표달성 정도에서 선진.후진이 새롭게 결정되리라고 예견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세계는 한국의문화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러가지 증거들이 많다고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과 우리 조상들의 의.식.주의 모습에서 인간화의 잠재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현재 어떠한가. 외양간을 고쳤는가. 우리들의 삶의 가치와삶의 형태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개구리 소년들}을 기억하고 우리를 자성하자. 그리고 외양간을 어떻게 고쳐야 할 지 스스로 해답을 찾아보자.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길이 내 귀여운 자녀를 보호하는 첩경임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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