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관계 전통적 우호 당분간 지속

입력 1994-08-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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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지난 13일 제네바에서 끝난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와 북한의 핵개발 동결, 경수노 지원등에 합의함에 따라 한반도및동북아지역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녕변 미신고시설 2개소의 특별사찰 미합의등 여전히 적지않은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쌍방간의 이같은 합의는 역나질서를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중대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물론이고 미국및 일본과 북한간의 쌍무관계가 이번 합의를 토대로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라는데서도 그런 측면이 두드러지고 있다.북한의 핵개발 포기는 궁극적으로 남북한을 둘러싼 미-일-중-러시아등 주변4각의 교차승인을 현실화시키면서 한반도가 이들의 세력 확대를 위한 각축장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전통적 우의를 지속해온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한반도에 불어닥칠 변화의 기류속에서 어떤 형태로 재정립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관해서는 예상되는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경우의 삭}를 설정하고 해법을 찾아야 하는 복잡미묘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정치적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과 북한은 앞으로도 더욱 공고한 유대를 지속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구도의 틀속에서 쌍방은 동병상련의 딜레마를 함께 극복해야 할 난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북한으로서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선택했지만 미국이 몰아올 민주화및 인권바람은 북한체제의 존속을 위태롭게 할 소지가 많음은 쉽게 짐작되는 부분이다.

중국 또한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북한내에 이른바 서방의 {화평연변}공세가가속화될 경우, 남부의 홍콩과 북부의 북한으로부터 협공을 당하는 국면을 연출, 정치체제 유지에 불안요인이 가중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북한 관계정상화로 일본마저 가세한다면, 이같은 상황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없지 않다.

일부에서 중국과 북한이 앞으로 {이인삼각}경기에 나선 선수처럼 공동의 위기의식속에 미국의 행동반경을 최소한으로 묶어놓는데 공동보조를 취해나갈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측면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그러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뒤얽힐 경우, 중국과 북한간의 결속도 예상외로쉽게 와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일을 비롯한 서방진영이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 있는 북한의 경제사정을십분활용, 북한에 대해 대규모 경제원조 공세를 퍼부을 경우, 중국-북한 관계에 큰 균열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경의 서방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미국이 제네바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경수로발전소가 완공될 때까지 대체에너지를 공급해준다는 등의 명목으로 10억달러의 경제지원을 약속했다는 소문마저 나오고 있다.중국도 바로 이 점을 의식, 북한측에 6-7억달러 규모의 경제원조를 제공키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의 이같은 조치는 사실일 경우,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의 대북진출과 이에 따른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있다.

이같은 전후사정을 감안할 때 북한은 결국 과거 중국과 구소련간 관계가 냉각됐을 당시, 등거리외교라는 명목으로 벌여온 교묘한 줄다리기외교를 미국과일본, 그리고 중국을 상대로 재시도할 여지를 얻은 셈이다.하지만 북한의 그런 움직임은 당장은 입에 달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북한이 물론 그같은 모험을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유일한 최대 우방인 중국과사전에 충분한 의견조율을 하겠지만 북한의 절박한 경제상황이 중국과의 협의과정에서 모순과 갈등을 유발할 공산이 없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북한은 요컨대 두마리의 토끼를 쫓다가 옛친구와 새친구를 다 잃는 우를범할 소지가 없지 않으며 바로 그런 점에서 중국과 북한이 대립의 늪속으로빠져들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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